D의 의지ㅣ코코(2017)

진짜 마약 같은 디즈니영화

by 도쿄나무

※ 이 글은 영화와 사회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첫해인 2025년 5월 24일 미국 텍사스에서 예정되었던 멕시코 출신의 유명 가수 훌리온 알바레스(Julión Álvarez)의 대규모 콘서트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공연 하루 전날 미국 당국으로부터 취업(공연)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미국 입국이 불가능 해졌고 예정되어 있었던 5만 석 규모의 콘서트 또한 취소된 것이다. 사진을 찾아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건장한 체구에 멕시코 전통모자 솜브레로 스타일의 모자를 주로 착용하고 있으며 코코의 개봉 연도와 같은 2017년에 마약 밀매 집단과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이것 또한 트럼프 행정부 1기 첫해의 일이다.



영화는 주인공 미겔이 가족과, 그가 동경하는 멕시코의 전설적 가수 델라쿠르즈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겔의 집안은 고조부가 음악을 좇아 가족을 떠난 뒤 끝내 돌아오지 않았던 아픈 기억 때문에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미겔은 망자의 날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려다 가족에게 들켜 기타를 잃게 된다. 낙심하던 그는 고조부의 사진 속에서 델라쿠르즈의 기타를 발견하고, 고조부가 자신의 우상과 동일인물이라 확신한다. 결국 미겔은 집을 몰래 빠져나와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델라쿠르즈의 무덤에 들어가 그의 기타에 손을 댄다.



미겔이 델라쿠르즈의 기타를 잡기 위해 하얀 대리석 관 위로 올라설 때 관뚜껑에서는 하얀 가루가 흩날린다. 벽에 걸린 기타를 손으로 닦아낼 때도 같은 가루가 떨어진다. 델라쿠르즈의 묘지는 먼지가 쌓여 있어야 할 곳에 오직 이 ‘하얀 가루’만 남아 있으며, 그 또한 ‘하얀 벽돌’ 모양의 관 속에 안치되어 있다. 미겔은 기타를 손에 넣은 기쁨에 그 자리에서 기타를 힘껏 소리를 내리치고, 그 순간 이승과의 연결이 끊기며 저승의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의 진동과 함께 ‘하얀 가루’를 들이마신 미겔이 죽은 자들의 세계로 끌려가는 환각 상태에 빠진 것이다. (영화 중간에 잠깐 저주가 풀렸을 때나 마지막에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미겔은 여전히 델라쿠르즈의 무덤 속에서 깨어난다.)


미겔은 저주를 풀기 위해 조상들의 영혼과 함께 저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영화 속 저승은 전통적인 통념과는 전혀 다르게 그려진다. 땅속 깊은 곳이 아니라, 이승에서 다리를 건너면 닿을 수 있는 마치 인접한 나라와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 들어서면 이승보다 훨씬 발전된 화려한 마천루와 고층 빌딩들이 펼쳐지고, 입국 절차 또한 마술적 힘이 아닌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곳은 ‘미국’인 것이다.


저승 출입국 사무소의 행정절차는 지나치게 허술하게 그려진다. 신분 확인은 얼굴과 사진만 대조하면 누구나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미겔과 가족 영혼들이 입국을 위해 줄을 서는 장면에서는, 바로 앞에 선 남자 둘이 주위를 살피며 은밀히 무언가를 주고받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그 개정판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이후 국경을 넘는 비즈니스와 노동 이동이 쉬웠던 부작용이다.


미겔은 저승에서 헥토르와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자신의 고조부라고 생각하는 델라쿠르즈에게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한 축복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헥토르가 자신의 진짜 고조부이며 델라쿠르즈에 의해 독살당한 후 곡의 저작권까지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헥토르의 생전 마지막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헥토르는 델라쿠르즈에게 자신은 멕시코로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떠나는 친구를 위해 델라쿠르즈는 마지막 건배를 제안하며 술잔에 무엇인가를 섞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바로 꺼낼 수 있었던 약물이라면 독약보다는 마약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델라쿠르즈는 친구가 조금 릴랙스 한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급했던 나머지 섞었던 양이 너무 많았고 헥토르가 급성약물과다복용에 의해 쇼크사해 버린 것이다. 사실 헥토르가 갑자기 자신의 꿈과 친구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친구 델라쿠르즈가 마약을 취급하는 마피아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자 했던 것이다.


영화 대부를 보면 이러한 마피아와 연예계의 관계가 묘사된다. 영화에는 실제 1950년대 전후로 활약한 미국의 대스타 프랭크 시나트라와 루치아노 패밀리의 관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장면이 있는데, 새로 촬영하는 영화의 주연자리에 자신이 후원하는 배우가 뽑히기를 원하는 마피아 두목이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라고 말하며 영화감독의 집 침대 위에 그가 기르는 말의 머리를 잘라놓은 것이다. 만약 델라쿠르즈가 더 큰 성공을 위해 위험한 인물들과 교류를 시작한 시점에서 파트너가 고향으로 떠나려고 했다면 그도 친구를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미겔을 이승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뒤쫓던 이멜다 할머니는 평생 금지해 온 노래를 스스로 불러 미겔을 붙잡고 이야기한다. 사실 부부는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그들의 딸인 코코가 생기고부터 그녀는 뿌리를 내리고 싶어 졌고 헥토르는 떠나고 싶어 졌다고. 이름으로 추축 해보면 코코는 멕시코에 들어온 Coke(코카인의 은어)의 상징이다.



원래 멕시코지역은 기후상 대마가 자라는 지역이다. 때문에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밀주가 유통되던 루트로 금주법 폐지 이후 멕시코의 대마초가 소량 밀수되고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전후로 히피문화의 바람을 타고 마약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콜롬비아에서 올라온 코카인이 멕시코에 자리 잡게 된다. 코카인은 대마와 달리 정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약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며 유통이 용이하고 적은 양으로도 큰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헥토르가 저승에서 살고 있는 지역은 뒷골목 슬럼가로 온몸에 고통을 느끼며 잊혀 가는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곳으로 마약중독에 의해 사망한 영혼들이 모이는 마을인이다. 헥토르가 스스로 버리고 떠난 코코에 죽어서도 집착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의 사인인 급성 코카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 대한 암시일 수 있다.


이멜다가 코코가 태어난 뒤 홀로 가계를 꾸리기 위해 선택한 가업이 신발 만들기였다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메타포이다. 신발은 마약이 멕시코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현지인들의 생계를 돕기도 했지만, 동시에 카르텔의 지배 아래 세대를 이어 그 생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된 것에 대한 은유이다. 또한 해외에서 거리의 전봇대에 신발을 걸어 마약 거래 구역을 알리는 표식으로 사용하는 것과도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연결된다.



영화는 이렇게 끝난다. 델라쿠르즈는 이승에서 죽었을 때와 똑같이 한 번 더 거대한 무대장치에 깔려 죽고, 미겔은 음악을 연주해 가업의 대물림을 끊어내고, 코코는 죽어 저승의 가족들과 만나 멕시코로 돌아온다. 마치 미국은 이 모든 것들을 돌려보낼 것이고 카르텔에 속한 자들은 언제든 ‘우연한 사고’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이.

매거진의 이전글D의 의지ㅣ업(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