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첫 수업에서는 먼저 자신의 손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얼굴 같은 거 그릴 줄 알고 잔뜩 겁먹고 있었는데 한숨 놨다. 손은 그릴 수 있고?
손 위의 선을 천천히 따라서 그릴 것.
지우개로 지우거나 털선 그리기 금지.
중첩되는 부분에 주의할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 것.
관념이란 어렸을 적 그린 뭉게구름과 같다. 실제 세상에 그런 동글동글하게 딱 떨어지는 구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손을 본다. 다행히도 관념적인 생김새는 아니다. 30년 이상 물어뜯은 손톱이 짧고 뭉툭한 손가락 끝마디 위에 살짝 얹어져 있다.
처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은 5살쯤의 유치원에서였다. 점심도시락 반찬을 싸가면 밥은 큰솥에 지어서 따뜻하게 배식하는 곳이었다. 밥을 받기 위해 줄을 서면 배식하는 곳에서 선생님이 매일 손톱검사를 해서 정리되지 않은 아이는 손등을 자로 맞아야 했다. 며칠인가 연속으로 엄마에게 깎아달라고 말하는 것을 잊어버린 나는 결국 줄에 서있는 동안 손톱을 물어뜯어서 짧게 만든다는 선택지를 떠올렸다.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물어뜯는 것은 쉽게 안정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중독성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