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나를 포함한 수강생 전원이 공사가 다망하여 다음 수업까지 3주간의 텀이 생겼다. 수강인원은 단 2명이다. 이걸 다 기다려주시는 너무나도 착한 우리 선생님. 여하튼 이런 차에 그림도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어 일단 일주일간 그린 그림을 보내 피드백을 받았다.
-표시한 부분들을 보면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몰두한 게 느껴진다.
-손가락은 관찰이 잘 느껴져서 좋은데, 연쇄관계나 중첩 부분에서 아직은 욕심이 느껴진다.
-연필을 조금 깎아서 뾰족하게 써보는 걸 추천한다.
-그릴 것이 적다는 것은, 관찰할 게 적다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관찰해야만 알 수 있는 것에서 가장 담백하고 멋있게 표현된다.
피드백이란 무엇인가. 다시 먹이는 것이다. 상대방이 소화해내지 못한 부분이 다시 흡수되어 뼈가 되고 살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이것을 어느 정도 크기로 잘라서 넘겨줄지 고민하게 된다.
가령 어미새가 아기새를 먹일 때처럼 곤죽이 될 때까지 씹어서 넘겨줄 수도 있다. 이것은 소화랄 것도 없이 내 몸에 들어오기만 하면 바로 영양분이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유식을 먹고 클 수는 없다. 이것은 눅눅하고 질퍽해서 입에 닿기도 전에 거부감이 든다. 바로 잔소리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잘라주지는 못할망정 살을 붙이고 관계도 없는 말들까지 쏟아내 사람을 체하게 만든다. 일장연설이다.
그럼 다시 피드백 내용을 보자. 절묘한 크기와 거리감이다. 마치 숙련된 주방장이 중식도로 깔끔하게 썰어낸 탕수육 재료들 같다. 고기는 도톰해서 씹는 맛이 살아있고 당근은 아주 얇게 썰어 입안에서 겉돌지 않는다. 이런 탕수육은 소스에 들어있는 양파까지도 다 먹고 싶어 진다.
이 작자가 당최 무슨 말을 짓거리고 있는가 싶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왜냐하면 피드백이 알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내 정수리 위를 간질거리며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느낌을 사랑한다. 그냥 돈 주고 산 인형보다 인형 뽑기로 열심히 끌어올린 인형이 훨씬 더 소중하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대천문과 소천문을 활짝 열고 깊은 잠에 들고 싶다.
파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