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려와
어느덧 우리 인연이 15년이네
내 나이 35 언니는 43이었지
나는 그때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죽어야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견디는 삶을 살고 있었고
언니는 홀어머니와 예쁜 딸과 살고 있었어
고등학생 딸은 틈만 나면 조퇴에 배 아프다고 데리러 오라 하고,
것도 안 된다 하면 택시 타고 집에 와버리고 나중에는 자퇴하겠다고 으름장 놓고 그러더니
다행히도 졸업은 했어
그래도 언니는 그때가 더 나았으려나..
그 후로 계속되는 딸의 정신병원입원, 늘어가는 자살시도..
사는 게 너무 지쳐 언니도 세상을 놓으려 유언장을 써놨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었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막연한 기다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지
어느 날 언니딸의 결혼식 소식에
"그래, 이제는 잘 살아볼 수 있겠구나. 다행이다" 생각했어
딸의 결혼식장 부모님 석에 한복 입고 앉아서 울던 언니모습이 선명해
"그래, 언니 다행이다. 이제 괜찮을 거야.."
마음의 아픔은 사람으로 치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정작 본인의 몫이다
내면의 아픈 나를 안아주고 보살펴주고 수용해주어야 한다
그 시간을 갖지 못하면 내 옆의 사람도 나를 보듬어주지 못한다. 내 옆의 사람도 사람이기에..
어느 날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진아, 마음이가 하늘나라로 떠났어...."
딸은 이혼 후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한 달 전에도 자살시도를 해서 언니가 내려가 병원치료하고 올라온 후였다.
"언니... 어떡해.......... 어디에 있어? 어디로 갈까.."
"아니야 수진아. 가족끼리 보내주려고. 다시 전화할게.. 괜찮아.."
어떻게 괜찮아. 괜찮치 않을 텐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가슴의 쿵쾅 거림 속에서의 기다림이었어
그렇게 하나뿐인 딸을 보내고, 한 달 후..
따르릉 언니의 전화벨소리..
"수진아, 어떡해.. 형민 씨가 나를 두고 떠났어...."
덜컹 얼마나 가슴이 내려앉던지...
전화벨소리가 너무나 야속했더랬지
만난 지 이제 2년이 다돼 가던 언니의 남자친구 형민 씨가 하늘로 간 딸과 같은 방식으로 떠났다는 소식에
너무나 밉더라..
"가더라도 나중에 가지.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나쁜 놈.."
한걸음에 달려간 장례식장에 혼자 앉아 울고 있던 언니를 안았을 때 스르륵 바스러질 것만 같았어
그 야속한 사람 가는 길을 처음 본 그분 식구들과 끝까지 같이 보내던 이 미련하고 착한 사람.
감사하게도 시간은 흘러 그 일후로 2년이 지났어
한동안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언니 잘못되면 어떡하나... 서로 전화번호 저장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예전처럼 언니의 일상을 너무나 잘 지내고 있는 언니를 보면 마음 깊은 곳이 아려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빵을 사서 들리는 언니
언니한테는 얘기하지 못했지만 언니가 가는 뒷모습에서 배웠어
기적이란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이 순간을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하루가 기적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