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러보지 못한 노래가 있고
아직 찾지 못한 별이 있고
아직 거닐어보지 못한 강둑이 있고
아직 인사하지 못한 은행나무가 있고
아직 읽지 못한 詩가 있고
아직 눈에 담지 못한 노을이 있고
아직 방문하지 못한 가을 숲이 있고
아직 배우지 못한 악기가 있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아이스크림 맛이 있고
아직 걸어보지 못한 순례길이 있고
아직 떠나지 못한 한달살이 여행이 있고
아직 나누지 못한 너와의 이야기가 있다.
익숙한 것 하나만 붙들고 살기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인생의 밤은 길고도 외롭다.
열심히 살고도 늘 미안한 게 우리네 삶이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희생을
더 이상 자유라 고집하지는 말자.
아름다운 세상이 나와는 무관하다 미리 단정 짓지도 말자
오래 지켜온 이름 말고,
새로운 이름 하나 갖는 것이
그리 사치스러운 일은 아닐 텐데
짧은 세월 앞에서 너무 머뭇거리지는 말자
낯선 역에 멈춰선 낡은 기차 창으로
오늘은 바람이 살갑게 분다.
이젠 나도 그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