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

아름다운 동행

by 피스톨 한

설악산은 어느 계절에 가도 벅찬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산으로 유명하다. 나는 처음으로 대청봉 정상에 오른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의 산행이었다. 살면서 그때의 기억이 자주 떠오르는 것은 많은 것을 산에서 느꼈기 때문이었다. 힘들 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경험이었기에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갔었다. 갈 때마다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가지만 정상에서의 감동은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다.

고교 평준화가 안 된 소도시에서 근무하던 학교에서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든 것도 설악산 산행이었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던 고등학교였다. 그 학교 마지막 근무를 하던 해에 1학년 담임을 희망했다. 당시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상담할 기회도 많을 것 같은 판단도 들었고, 대학 진학에서 3학년 시기보다는 1학년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학급 체험 활동 장소를 정할 때 학생들이 원하는 곳은 대학 탐방이었다. 학생의 형이 다니고 있는 연세대와 서울대 탐방이었고, 10학급 중에 5학급이 선택한 장소였다. 학급 학생들에게 담임으로서 산행을 추천했다. 어느 산에 언제 누구와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권유했지만, 학생들은 동요가 있었다. 담임이 산행을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 탐방을 간다고 그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다. 산행을 하면서 힘든 경험을 한 후 즐겁게 공부하면 그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난 후 소풍 장소는 설악산으로 결정되었다.

사고 위험이 있다고 반대하는 교장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안전을 위해 한국 산악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락해 주었다. 건축설계사를 하는 산악회 회원 분이 가이드를 담당하고 나는 마지막에 오르면서 산행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색 약수터에서 출발해서 되돌아오는 산행로를 선택했다. 정상에 갔다고 다시 돌아오는 7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산행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때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었다.

1시간이 지난 후에 앞에 가는 학생들과 마지막 학생들 간에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현상이 생겼다. 선두에서 가는 학생들이 자신들은 천천히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 모든 일은 개인 차이가 있다. 선두에 선 학생들은 남들보다 덜 힘들면서도 쉬는 시간이 많았고, 늦게 도착한 학생들은 힘은 더 들면서 쉬는 시간은 부족했다. 정상까지 나타나는 모습이었는데 한 학생이 공부도 똑같다고 말해서 웃음이 나왔다.

정상을 앞두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각자 준비한 음식물들을 나누어 먹었다. 산행 중에 엄마가 준비해 준 오이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는 학생이 있었는데 나도 목마름을 해결하는데 좋은 먹거리였다. 식사 후에 준비한 일회용 우비를 입었다. 아름다운 산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하는 학생도 있었으나 전원이 입을 때까지 기다렸다. 정상에서 거센 바람을 받으며 비옷이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잠시 후 정상에 오르면서 장관이 펼쳐졌다. 안갯속에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암봉들을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안개로 멀리 볼 수 없었지만 순간순간 펼쳐지는 가을 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기는 정상, OO고등학교 1학년 4반’ 16장의 종이를 한 장씩 들고 만든 문장이었다. 학생들은 정상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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