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강박

앞서야 한다는 마음이 만든 무게

by 생각하는감자

대학을 마치던 마지막 학기,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몰아붙였다. 채용 공고가 뜨는 족족 들여다보고, 인턴 자리까지 빠짐없이 지원했다. 남들보다 앞서고 싶었다. 공백기 없는 취업은 곧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증거일 것 같았다. 동시에, 학생 신분이 끝났는데도 부모님께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심리적 압박을 더했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사회의 흐름에 발을 맞추려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친구, 선후배, 내가 아는 모든 취준생보다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욕망이 전부를 지배했다. 대학 생활 동안 기대만큼 이루어놓은 것이 없다는 불안, 그리고 막연히 들려오는 ‘취업난’의 공포가 속도를 높이는 연료였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는 결심은 잠시 나를 지탱했지만, 동시에 더 깊은 불안을 키워냈다.


결과적으로 나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기업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상했다. 그토록 바라던 결과를 얻고 나서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더 좋은 곳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채용 사이트를 끊지 못했고, 합격이라는 사실조차 또 다른 시작 신호처럼 느껴졌다. 결국 속도를 늦추지 못한 채, 쉼 없이 달리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 회사에 적응하고 나서야 비로소 후회가 찾아왔다. 졸업을 앞둔 그 시절, 한 달 정도라도 마음 편히 웃고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합격이라는 안도 속에서 나 자신을 조금 더 돌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속도를 높이는 것은 언제나 성취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성취 그 자체보다, 속도에 매몰된 시간이 더 큰 공허를 남긴다. 우리는 언제까지 남보다 빠르다는 감각에 매달려야 할까. 어쩌면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의 속도가 나를 지치게 하는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묻는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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