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때로는 떨어져야 가까워지는가
나는 사람과의 거리를 꽤 잘 맞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거리감이 완전히 엇나간 적이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는 취업을 서둘러야 했다. 불안했다.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발을 들여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반면, 가장 가까웠던 친구는 여유를 택했다. 나는 그 속도가 답답했다. 대외활동, 취업 공고, 면접 일정—가능한 한 많이 함께 하자고 밀어붙였다. 속도가 다른 사람을 억지로 끌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결과적으로 둘 다 좋은 직장을 얻었지만, 웃음 대신 묵은 감정이 남았다.
친구는 일본에 취직했다. 의도치 않게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다. 연락은 줄었지만, 그 몇 번의 통화와 휴가 때의 방문에 유대감이 더욱 깊어졌다. 서로의 속도를 굳이 맞추지 않아도, 오랜만에 마주 앉으면 대화는 거침없이 흘렀다. 서울에서 매일 보던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웃었다. 내가 그토록 간격을 좁히려 했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표정과 말투가, 거리를 둔 지금엔 선명하게 보였다.
혹시 지금 당신과 나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간격이 있다면, 그건 반드시 나쁜 징조만은 아니다. 가까움이 전부였던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온기와 결이, 멀어진 자리에서 은근히 피어나기도 한다. 관계는 붙잡는 힘이 아니라 놓아주는 힘으로 오래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본다. 거리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곡선, 그 안에서 숨 쉬는 서로의 표정.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우리가 진짜로 가까워지는 순간은, 어쩌면 바로 이 반대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