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은 안녕하신가요?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편하게 숨쉬기

by 생각하는감자

“그냥 너답게 살면 돼.”


이 말, 처음 들었을 땐 참 근사했다. 힘들어하는 나를 토닥여주는 따뜻한 조언 같았다. 남의 잣대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라는 말. 나도 믿었다.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기준 삼겠다고.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진다. ‘나답게’라는 말이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기보다, 나만의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시험지처럼 변해버렸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나답게’일까?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너무 자주 멈칫한다. 나다움이 뭔지도 불분명한데, “나다운 삶”을 요구하는 건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불친절한 조언이다. 요즘 우리는 주어진 역할보다 스스로 만든 서사를 중시한다. 학벌, 연봉, 가정 같은 조건보다 ‘나만의 인생’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 길목에는 높은 담이 많다. 우리는 비교당하며 자랐고, 줄 세움과 실패 회피 훈련을 받으며 컸다. 그런 우리에게 갑자기 “이제부터 네 길을 걸어”라니, 무책임하고도 무심한 말 아닐까.


SNS는 여기에 불을 붙인다. 감각적인 여행 사진, 하루 루틴 공유 영상, 다양한 취미 활동들, 모두가 자기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세상에 내민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점점 작아진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평범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길엔 피곤한 얼굴을 달고 돌아오는 나.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할까? 왜 특별하지 못할까? 왜 아직도 ‘나다움’이라는 전설 속 보물을 찾지 못했을까? 그 순간, ‘나답게’ 살라는 말은 또 하나의 경쟁 기준이 되어 나를 조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그냥 나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좋더라.”


이상하게도 그 말이 위로가 됐다. 꼭 나만의 대서사시가 없어도 괜찮은 거 아닐까? 거창한 꿈이나 화려한 취미 없이 살아도 되는 거 아닐까? 평범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나답게’ 살아가는 건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눌려 끊임없이 ‘정답’을 찾아 헤매는 삶이라면, 그게 과연 나다운 걸까? 우리는 때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을 멈춰도 된다. 멈췄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가, 때로는 길이 아닌 곳을 걸으면서 천천히 알아가도 된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내가 어떤 감정 속에 있는지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지금, 나는 괜찮은가? 오늘 하루, 충분히 살아냈는가?


그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답게 사는 첫걸음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나다움’이라는 건 애써 찾는 순간 멀어지는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문득 길가에 핀 들꽃처럼, 내일 아침 눈 뜨면 문득 발견되는 것. 그러니 오늘은 그냥, 있는 힘껏 평범하게 살아도 좋다. 그 평범함 속에서 슬그머니 피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짜 나다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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