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노트] 테크 기업 : 회계, 컨설팅이 망친다

by 김해피

인텔의 몰락,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진..

올해 상반기 테크기업 관련된 뉴스 중 가장 쇼킹한 뉴스 중 하나였다.


다른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온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전통의 강자들의 부진을 설명하기 어렵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리더십의 부재뿐 아니라 원가절감 등 비용 절감에 우선순위를 둔 경영방식이 문제점이라고 얘기한다.


사실 테슬라나 스페이스 X, 그 외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스타트업들의 비결을 보면 뛰어난 기술력과 리더십을 가진 천재적인 창업자의 존재,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도전, 투자가 있다.


원가 절감 위주의 정책으로 실패하고, 장기 투자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 Nokia와 Apple을 들 수 있다.


Nokia는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였으나, 지나친 비용 절감 중심 전략과 내부 관료주의, 플랫폼 변화에 대한 안이한 대응 등으로 혁신과 플랫폼 기반 전략에 실패했음을 익히 잘 알고 있다. 특히 iPhone과 앱 중심 혁신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다.

또한 Nokia의 R&D 지출은 매출의 약 14%로, Apple의 약 3%보다 훨씬 높았지만, 기술력보다 조직문화·의사결정 구조의 한계가 핵심 요인이었다.

반면, Apple은 혁신적인 제품·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 장기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을 재정의하였다.


다음으로 비교적 최근 예로 들 수 있는 사례가 Intel과 Nvidia의 사례이다.

Intel은 과거 x86 CPU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갖췄지만, 스마트폰·AI 플랫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Nvidia 인수 기회를 놓치는 등 전략적 우유부단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에 근래에는 매출·시장 가치가 급락하면서 20% 이상의 구조조정, 공장 계획 축소 등 위기 대응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Nvidia는 AI·GPU 기반으로 혁신을 주도하며,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며 Intel을 대체, 시가총액 등 모든 면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고 삼성 이건희 회장과 고 현대 정주영 회장과 같은 창업주들이 혁신을 이끌어 왔으며, 또한 오너뿐 아니라 임원을 비롯한 사장단들이 대부분 기술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이 대한민국 기술과 제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5년, 10년을 내다본 투자와 기술개발, 그것이 혁신을 불러일으켰고, 경쟁자를 앞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대한민국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 오너 2, 3세를 비롯하여 샐러리를 받는 경영진들 또한 대부분 그러하지 못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회계나 재무 출신들이 각 회사의 요직 혹은 CEO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당장 눈앞의 실적을 챙기기 바쁘다.

그렇기에 극한의 원가 절감이라는 이름 아래 도전적인 투자는 사라지고, 5년, 10년 뒤의 혁신 아이템이 발굴되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테크 기업들의 경영진 이력을 찾아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대부분 재무, 회계 출신, 컨설팅 회사 출신, 그리고 핀테크 업체에서 PM 등을 했던 이들이 테크기업의 의사 결정권자가 되어 있고, 그래서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더 이상 반도체나 스마트폰 이후의 혁신 적인 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10개를 투자해서 1개만 성공해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그저 당장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한 정책, 의사결정이 난무한다.


대한민국은 사람이 자원이고, 제조업이 최대 산업이다.


단순 제조 공장의 역할은 이미 중국,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로 넘어간 지 오래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자신들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자국 내 제조업 공장 투자를 밀어붙이는 등 제조업 빼앗기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먹거리의 부재는 향후 10년, 아니 향후 5년 노령화로 급속도로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악재로 다가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정부 정책 결정자,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를 기술 중심의 인물로 다시금 복원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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