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연구소 : 서막 - 동료를 깍아내리는 사람

제 2 화 빌런 D

by 김해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난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잘남’이 타인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발현되면, 그건 그냥 빌런이다.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다.
첫인상은 차분하고 성실해 보였다.
학사 출신이었지만, 몇 번의 대화에서 나는 이 친구가 실무에 강하다는 걸 금방 느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못 견디는 사람이 있었다.

빌런 D였다.

“팀장님, 그 친구는 학사잖아요?”
회의 직전, 예고 없이 날아온 한마디였다.
그 목소리에는 ‘그래서 그 정도밖에 못하죠’라는 암시가 스며 있었다.

나는 대충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후로도 빌런 D 틈만 나면 학벌 얘기를 꺼냈다.
회의 중에도, 점심 자리에서도.
심지어 신규 입사자 본인 앞에서도.

“아, 그건 석사 수준에서 하는 방법인데… 음, 뭐 학사면 잘 모를 수도 있죠.”
순간 회의실 공기가 식었다.
신규 입사자의 손이 서류 위에서 굳었다.
다른 팀원들의 표정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회의가 끝난 뒤, 나는 빌런 D 불렀다.
“그 발언, 왜 한 거죠?”
그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사실을 말한 겁니다. 사실이 뭐 잘못입니까?”


사실 이 빌런 D 팀 내 인원의 추천으로 입사한 5년 경력정도 되는 팀원이었다.

석사를 취득했고 기술면접 시 다양한 얘기를 했지만 사실 깊이는 없었다.

다만 해당 기술 관련 책임 격인 팀원이 조심스럽게 합격의사를 비췄고 당장 해당 프로젝트진행이 급박했던 상황이라 일단 채용 후 적응기간을 주면 되지 않을까 하여 채용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패착이었다.

사실 경력 5년 차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개발 실력뿐 아니라 개발문서 작성도 서툴렀고, 또한 신입사원보다도 열정도 없었다.

근데 학벌을 논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지만 요즘 그런 얘기 직장에서 팀장이 팀원에게 하면 바로 직장인 괴롭힘으로 신고당하는 세상이라 입밖에도 꺼내지도 못했다.


어쨌든 그날, 연구소 기록지에 난 이렇게 적혔다.


빌런 유형 001 ‘학벌 우월형’

특징: 학력으로 타인을 서열화, 실무 능력과 무관하게 평가절하.

주요 스킬: 공개석상에서 학벌 언급, 비교 발언.

위험도: 팀 내 신뢰 붕괴, 신규 인력 적응 방해.

빌런연구소의 교훈 하나

학벌’이라는 칼은, 쓰는 사람만 뿌듯하고 맞는 사람은 오래 아프다.
그리고 팀워크라는 것은, 작은 상처가 곪아 터지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나는 그날 이후 회의실 규칙에 한 줄을 추가했다.
팀워크를 해치는 발언 회의 중 지양”


빌런 D 규칙을 지켰을까?
글쎄, 그건 다음 회의에서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