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여유가 많지 않네요. 글을 쓰려면 모처럼 시간을 내어 자리를 잡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한 다음, 글감이 되는 피사체를 찬찬히 뜯어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낼 시간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메틸 에셀(Methyl Ethel)의 곡을 들을 시간은 있었습니다. 메틸 에셀은 호주 아티스트입니다. 장르는 인디 록 트리오입니다. 록 장르는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 같은데. 카랑카랑한 일렉과 고동치듯 가슴을 때리는 베이스 드럼 소리가 반가웠습니다.
미처 소개는 못 드렸지만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킴브라(Kimbra)에 이은 두 번째 호주 아티스트입니다. 표본이 둘 뿐이라 성급한 일반화임에 틀림없습니다만은 호주 아티스트들 중 (극히) 일부는 제 취향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운드를 뽑는 것 같습니다. 메틸 에셀의 사이키델릭 하면서도 의미 전달에 소홀히 하지 않는 태도가 평소 제 행실이 음악으로 드러난 것 같아서 웃음이 나네요
메틸 에셀의 이번 앨범 [Everything Is Forgotten]은 정말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앨범 이전 음악은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너무 산만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니에요. ‘마니아성 짙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소개해드렸던 곡, 우부(Ubu)가 메틸 에셀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컬 제이크 웹(Jaek Webb)의 팔세토 창법 아래엔 밴드 멤버들의 경험이 총망라되어 녹아든 사운드가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실제로 제이크 웹은 이번 앨범에서 자신이 영향을 받은 모든 것들을 꼴라주했다고 말했습니다. 앨범에는 다른 멤버들이 작곡한 곡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작곡가의 경험을 근거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앨범은 전체적으로 가벼운 복고풍 구름에 둘러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메틸 에셀의 곡으로 일을 하고,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흐르는 일상은 메틸 에텔의 이번 앨범만큼이나 사이키델릭하고 펑키한 면이 있어요. 이 순간만 해도 그래요. 지금은 점심시간이고, 저는 콜라를 한 컵 가득 따라 놓고 이 글을 금세 완성했거든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