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인데 빌런이 된 사람들 #9] 금사빠 빌런
아.. 좀 짜능 나는데, 그냥
~~
(정숙이) 악플 좀 받겠는데.
~~
두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잖아."
나는 솔로 27기 '영철'은 천사표 가면을 벗어던지고, 숨어있던 최종 빌런의 모습을 드러냈어. 영철 관점에서 삼각관계 당사자인 '영수'와 같은 차에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말이 방송에 나올 것을 알면서도 그는 거리낌없이 악담과 저주를 퍼부었어.
그 저주의 대상은 '정숙'이야. 정숙은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에게 스킨십하고, 모두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캐릭터야. 그런 정숙에게 영철은 '배신'이라는 분노의 불꽃을 쏘아대고 있어. 그 결과, 구경꾼인 우리들은 영철을 빌런이라고 욕하고 있어. 금사빠 주제에 눈치도 없으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흑화 빌런이라고 말이야.
그러나, 나는 영철님의 '분노'에 박수쳐주고 싶어. 그리고, 더 분노하고 정숙에게 화를 냈으면 좋겠어. 이 세상의 금사빠들을 대신해서 말이야. 특히, 영철과 같은 경우를 많이 당했던 나를 대신해서...
도대체 나솔 27기 영철과 정숙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길래, 영철이 이렇게 분노를 활활 태우는가? 나솔 27기를 안 본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해볼께.
(1) 영철, 정숙, 영수 3인의 캐릭터
우선 영철, 정숙, 영수의 캐릭터를 이해하면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기 쉬워. 정숙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모든 사람에게 살며시 플러팅을 하는 스타일인데, 매력이 있고 은근슬쩍 스킨십을 해서 심쿵하게 만들어. 주위에 이런 스타일 많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매력을 뿌리고 다니는 스타일...
반면, 영철은 진지하면서 금사빠이고 직진형이야. 그리고, 연애하면서 차인 경험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반면, 영수는 연애 경험 많은 전형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 매력남이야. 외모가 뛰어나고 1대1 대화를 하면 자기 매력을 100% 표출해.
(2) 3인의 전반부 관계 형성 - 영철의 직진과 정숙의 모호한 친절함
간단히 영철과 정숙의 스토리를 설명해볼께. 첫날부터 영철은 정숙에게 호감을 표현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데이트 신청을 했어. 그렇게 데이트를 나가면 정숙이 영철에게 잘해줬어. 친절하고 사랑스럽게.. 그러다보니 영철은 정숙의 매력에 점점 깊게 빠져 들어갔어.
그리고 숙소에서 정숙이 영철의 목애 묻은 선크림을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펴 발라주자 영철은 뜨거운 셀레임을 느꼈을 꺼야. 그리고, 깊은 밤 단 둘이 거실에 앉아 셀카를 찍으면서, 정숙은 살포시 영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기도 했어. 영철은 이렇게 생각했을꺼여. '이런 스킨십을 두번씩이나 하다니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 것이 분명해.'라고...
그런 상황에서 정숙은 영철의 심장에 큐피트의 화살을 파바박 쏘았어. 슈퍼데이트권을 딴 정숙은 영철에게 데이트권을 사용하면서 "영철님이 데이트권을 써달라고 하지 않았어도 영철님과 데이트하려고 했어요."라는 오해하기 딱 좋은 얘기를 했어. 나솔 세계관에서 슈퍼데이트권 상대는 '내 마음 속 1순위'라는 99%짜리 국룰이 있거든. 그러니, 영철은 정숙과 서로 연결되었다고 확신했던 거야.
(3) 후반부 반전 - 영수의 각성, 정숙도 영수에 빠지다.
그러나, 최종 선택 1일전 여자의 데이트 선택에서 정숙은 영철을 그냥 지나치고 영수 옆에 섰어. 영철은 황당해했어. 그런데, 영철은 모르고 시청자들은 아는 상황이 뭐냐면, 앞에서 얘기한 영철-정숙의 슈퍼데이트 전날 늦은 밤, 영수와 정숙은 처음으로 1대1 대화를 했고 거기에서 서로의 감정을 표현했고 빠빠박 핑크빛 불꽃이 튀었거든. 그래서, 정숙이 영수를 선택한 거야. 영철에게는 뜬금없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영수와 정숙은 그들이 그렇게 원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던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어.
결과적으로 영철 관점에서는 그녀에게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되었어.
영철 본인에게는 비극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꿀잼을 준 이런 웃긴(?) 상황이 왜 발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해.
영철이 금사빠이자, '여자어'를 잘 모르는 모솔이기 때문이야.
* 여자어 : 자기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해서 알아서 이해하라는 여자들만의 언어
그래서, 정숙에게는 특별한 의미없는 친절한 행동과 플러팅, 스킨십 3종 스킬에 영철은 완전히 속은 거야. 나도 금사빠라서 그 느낌 알거든. 금사빠들은 정숙의 이런 플러팅에 그냥 홀라당 넘어가버려. 나도 20대 때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스타일에게 얼마나 당했다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영철이 자기 환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정숙의 플러팅 3종 세트를 설명해 볼께
첫째, 영철과 정숙은 깊은 밤 1대1 대화를 무척 오랫동안 했어. 나솔에서는 이성적 호감없는 사람과는 깊은 밤 1대1 대화는 안하는게 국룰이야. 그런데, 정숙이 했잖아. 거기다, 착각의 늪에 빠져 있는 영철이 셀카를 찍자 하니까, 거절을 안하더라고.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영철 어깨에 머리를 기대주잖아. 이건 반칙이지. 반칙.
둘째, 슈퍼데이트 1대1 대화를 할 때, "영철님이 데이트권을 써달라고 하지 않았어도, 영철님과 데이트하려고 했어요."라는 말을 했어. 이 말은 일부러 영철보고 착각하라고 한 말 아니야?
셋째, 영철이 정숙에게 "나솔 나가서 밖에서 5월 5일에 만나요. ~ 결혼식은 포상에서 하면 되겠네요" 등의 자기 환상적 멘트를 하는데, 정숙은 "NO. 오버하지 마세요."라는 표현을 하지 않아. 그냥 황당하고 기분 나쁘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야. 정숙은 영철에세 이성적인 매력을 1도 못 느끼는데 말이야.
그래서, 영철은 완전히 새되었어!!! 모든 국민들 앞에서... 혼자 착각하고 환상에 빠져서 빌런 짓하는 바보새!!!
솔직히 악담과 저주를 내뿜는 영철을 보고, 나는 금사빠이자 어설픈 사랑꾼인 나는 통쾌했어. 저런 상황에서 나솔 24기 '어안이 벙벙 영식'처럼 질질 짜는 것보다는 이렇게 분노하고 저주하는 게 좋았어. 왜냐하면, 나는 예전에 그렇게 못했거든.
대학생 때 경험했던 일이 생각나. 나는 썸을 타는 관계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있었어. 그녀와 나는 어떤 모임에 같이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잘 웃어주고 리액션 잘해주는 스타일이었거든. 앞에서 얘기한 정숙과 아주 비슷한 스타일이야. 나는 그녀와 좀더 친해지려고 1대1 만남을 요청했고, 2~3번 만났어. 이렇게 되자 나는 썸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어느 날, 만나자고 했는데 이런 대화가 오고 갔어.
나 : 만나요. 이번주 언제가 좋아요?
그녀 : 아.. 이번주 다른 일들이 많아서요. 다음에 시간 맞춰봐요.
(1주일 뒤)
나 : 이번주나 다음주에 만날래요?
그녀 : 시간 될 때요 ㅎㅎㅎ
나 : 그러면, 다음주 금요일 어때요?
그녀 : 그래요~ 그때 봐요.
(다음주)
그녀 : 미안해요. 눈에 따래끼가 나서 다음주에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 : 그래요.
(그 다음주)
그녀 : 날씨가 너무 덮네요. 시원해지면 봐요.
나 : 다담주면 어때요?
그녀 : 음... 곧 만나요.
결과적으로 그녀와 나의 만남은 그렇게 끝났어. 결론을 말하면, 내가 착각을 한 거였어. 그녀가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이야. 그녀는 그냥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만나자고 하면 만나서 즐겁게 웃어주는 그런 스타일이었어. 그런 것을 모르고 나 혼자 썸이라는 착각의 소설을 쓴 거지. 게다가 약속을 자꾸 연기하고 취소하는 상황을 보고도 눈치를 못 챈거야. 바보처럼. 저런 상황이면 그냥 빨리 손절했어야 하는데, 찌질한 모습만 보인 셈이잖아. 그녀의 여자어를 사용한 간접적인 거절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으니까.
차라리 저 때 영철처럼 분노하고 저주하는 말을 그녀에게 해줄 걸 그랬어. 내가 금사빠 바보지만, 그렇게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말이야.
여하튼, 여러분은 누가 빌런이라고 생각해? 영철과 정숙 중에 말이야.
나는 영철이 빌런이라고 생각해. 연애 관계에서는 속은 사람이 빌런이거든. 불쌍한 빌런, 자기 환상에 빠져서 뒤통수 제대로 맞은 힘없는 빌런.. 영철은 '불멸의 연애 원칙 3가지'를 모르기 때문에 속은 거라고...
첫째, 일단 사람의 마음은 사계절 날씨처럼 '매일 변한다'는 사실을 몰라.
둘째, 상대방이 마음이 '호감'인지, '이성적인 설렘'인지 구분 못해.
셋째, 여자의 애매한 대답은 'NO.'라는 것을 몰라.
영철은 연애를 잘 몰라서 바보 빌런이 되었지만, 다음주 마지막회에서 시원하게 사이다 발언해주면 좋겠어. 어안이 벙벙 영식처럼 찌질하게 굴지 말고 말이야. 그런데, 예고편 보니 어안이 벙벙 찌질이처럼 하는 듯하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