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인데 빌런이 된 사람들 #10] 악령들과의 익절
1.
나는 오피스 빌런으로 흑화하고 있어. 그래서, 주위에서 흑화하는 캐릭터를 발견하면 동질감을 느끼게 되더라고. 최근의 동질감을 느낌 사람이 바로 누구냐 하면, 나는솔로 27기 영철이야. 그는 정숙이 진심없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흑화되었어.
나솔 27기 마지막 데이트 선택에서 영철은 두눈이 붉게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분노했어. 왜냐하면, 정숙이 영수를 데이트 상대로 선택했기 때문이야. 영철은 불타오르는 배신감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흑화된 행동을 했어. 주위 사람들 누구든지 그 흑화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케데헌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귀마와 악귀의 눈처럼 말이야.
만약, 나솔 세계관에 케데헌의 귀마가 있었다면, 귀마는 그의 분노를 부추켜서 악령으로 만들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신뢰와 사랑의 혼문을 부수고, 증오의 세상으로 만들었을꺼야.
왜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냐고?
2.
나도 영철처럼 분노하고 있거든. 누구에게? 바로 다음과 같은 현실 속 오피스 악령 3인방 때문데 말이야.
나에게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면서 자기에게 내 쓸모가 없어지니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
무능한데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 지 모르고, 논리가 하나도 안 맞는 말과 결정을 하는 사람들...
내가 말하는 것에 1도 관심이 없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오피스 빌런이라 부르면서 증오하고 있어. 케데헌의 사자보이즈 같은 붉은 악령의 눈으로 말이야.
그런데, 케데헌을 보고 내 분노의 원인을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되었어.
3.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는 퇴마사이지만, 악령의 문양을 가지고 있어. 루미는 그러한 자기 결점을 감춘 채 살아왔어. 황금 혼문을 완성해서 이 세상의 모든 악령들을 지하 세계에 가둬둘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결점인 악령의 문양도 사라질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야.
그러나, 루미는 악귀이지민 진실한 마음을 가진 '진우'를 만나고 자기 생각을 바꿔. 자기의 결점과 두려움을 드러내도 그것들을 포용해 줄 수 있는 믿음의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이라고 말이야.
내 안의 결점과 두려움을 감추게 되면, 누군가 그것을 자극하는 순간 나는 악령처럼 분노하고 저주하게 되는 거였어.
- 나에게 친절한 척하며 나를 착각하게 만드는..
- 사람들도...무능한 말과 행동으로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들도...내 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런 오피스 빌런들은 사람의 영혼을 탐내는 악령들은 아니지만, 내 결점과 두려움을 건드려서 내가 악령으로 흑화하게 만들고 있어. 그리고, 내가 분노하면 할수록, 귀마는 내 귀에 대고 더 더 더 강하게 속삭이고 있어. 그들에게 복수하고 저주하고 싶지 않냐고...
4.
나는 그들에게 복수할 마음은 없어.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나를 답답하게 한만큼 그들에게 짜증을 던져주고 싶었어. 짜증나는 마음과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러나, '루미'와 '진우'처럼 내 결점과 두려움을 인정하고 드러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
- 나는 금사빠이고,
- 무능을 죄악으로 생각하는 콤플렉스가 있고,
- 내 말을 안 들어주면 자존심이 상처받는
그런 존재라고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그러니, 나를 자극하지 말라고. 이 빌런들아! 이제부터 그대 빌런들을 NPC 취급할테다.
빌런들과의 익절,
그것만이 답이다.
나는 그들 악령을 구원할 능력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