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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주의: 선한 의도를 넘어선 '도덕 무기화'의 피로감

by Yong

PC주의: 선한 의도를 넘어선 '도덕 무기화'의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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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주의)'에 대해 깊은 피로감과 환멸을 느낀다. 이 담론은 단순히 소수자를 배려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그 선한 의도와 저항의 정신이 어떻게 변질되어 건전한 담론을 파괴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다.


1. 차별 금지에서 도덕적 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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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주의의 시작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과거의 억압적인 사회 구조에 대한 반대와 저항, 그리고 차별 금지를 통해 다양한 이들을 존중하자는 미덕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의 순수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논리는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 이슈에 편승하려는 언론, 그리고 각종 시민·이익 단체들의 참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핵심 문제는 이 논리가 강력하고 쉬운 '도덕적 무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발언을 "차별적이야" 혹은 "도덕에 문제 있어"라고

낙인찍는 것은 너무나 쉽고, 강력하다. 이 공격을 반박하려면 수많은 논거와 자료를 제시해야 간신히 방어가 가능하지만, 대중은 그 복잡한 논리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 오히려 팩트를 들이밀면 "동정심이나 배려심이 없는 사람"으로 몰아버리기 쉽다.


PC주의는 진정한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자신들의 기준에 반박하면 그 즉시 도덕적 독단주의를 휘두른다. 이들의 기준은 단순히 "자신이 불편하면 상대가 잘못한 것"이다. 이는 곧 건강한 토론과 사안의 본질을 다루는 담론 자체를 멈추게 만든다.


2. 정의로운 척하는 '립 서비스'와 실천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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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주의가 불편한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가 너무나 쉽게 립 서비스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환경 담론만 봐도 그렇다. 플라스틱 사용을 비난하고 금지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작 플라스틱 없이 현대 문명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에는 무관심하다.


과거 미국 청문회에서 환경 문제를 주장하러 나온 인물이 플라스틱 안경테를 끼고 텀블러를 들고 나와, 의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던 사례는 상징적이다.

의원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후, 그럼 그 대체재는 무엇이며,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묻자, 그 인물은 "그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도덕을 내세워 정의로운 척하는 것은 쉽다. 그저 말로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비용, 대안, 그리고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현재 변질된 PC주의의 민낯이다.


3. 과도한 배려가 낳은 역설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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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외부에서 들어온 PC 담론이 특유의 휩쓸림 문화와 만나면서 더 구체화되고 곤고해지는 경향이 있다. 줄을 서서 유행을 좇는 것처럼, 하나의 이슈가 생기면 논리적 검증 없이 휩쓸리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 가지 단어에서 나타난다.


첫째,'장애우'라는 단어다. 과도한 동정심에 사로잡힌 이들이 '친구 우(友)'자를 붙였으나, 정작 장애인 당사자들은 "우리가 왜 당신들 친구여야 하느냐"며 거부하는 웃픈 역설이 발생했다.


둘째,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다. '자살'이라는 명확한 단어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마치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인 것처럼 모호하게 희석한다. 이는 단어의 명확성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심각성과 본질을 다루는 것을 회피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도한 배려와 언어 통제는 결국 건전한 토론과 담론의 문을 닫아버린다. 중요한 사회적 인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 진짜 원인을 파헤치고 구조적 개선을 논하는 것보다, 슬퍼하고 추모하는 '감정적 소비'만이 최선이라는 논리에 갇힌다. 원인 규명을 시도하는 이는 동정심이 없는 사람으로 매도된다.


4. 피로감의 종말, 그리고 시스템의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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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가 이 PC주의에 가장 먼저 피로감을 느꼈고, 그 반발심의 상징적인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공공연히 PC주의를 비판하며 '말할 자유'를 옹호하는 노선을 취했다. 이는 많은 이들이 그동안 억압받아왔다고 느꼈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증을 보여준다.


결국 PC주의 논리의 유행으로 이득을 본 것은, 그 논리를 무기 삼아 표와 이슈를 챙긴 정치 세력과 언론, 그리

고 각종 단체들이었다. 그 흐름에 휩쓸려 도덕적 정의를 외치던 일반 대중은, 사실상 그 흐름을 유지하는 '양분'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이 변질된 PC주의는 세대 갈등, 남녀 갈등, 계층 갈등 등 모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대하게 만들었고, 건전한 토론을 막아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국 이 유행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그라들겠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이 도덕적 무기화가 가져온 폐해를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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