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요동친다.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형태가 없다.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표현할 수는 없다.
그저 멋대로 뻗어나가다 사라질 뿐이다.
이 무질서한 흩뿌림을 정제하는 것이 바로 언어다.
언어에 의해 이 알 수 없는 파동은 틀에 넣어져 짜여지고, 표현되고, 남겨진다.
우리는 그렇게 언어를 통해 남들과 소통한다.
언어는 논리정연 한 존재감을 뽐내며 다른 이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하지만 언어가 생각의 무질서함을 온전하게 담아낼 수는 없다.
생각에게 있어 언어는 투박한 목공인형을 만드는 서투른 견습생이다.
겉으로는 서로 말이 잘 통하다가도, 어느 순간 속으로 누군가 내 안의 무질서를 알아주었으면 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때가 있다.
딱딱한 목공인형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질서를 알아주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은 형체가 단단하지 않지만 만질 수는 있다. 마치 따뜻한 초콜릿 분수처럼.
거친 목공인형의 표면에 온화하게 둘러져 그에게 무질서를 전달한다.
그는 이내 감정을 매만지며 느낀다. 마음을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