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밤에 있었던 일이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게 허락하였다.
단, 각자 30분씩으로 제한을 두었다.
시간은 아내가 핸드폰 타이머로 쟀다.
내가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컴퓨터가 한 대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한 명이 게임을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숙제를 하기로 하였다.
먼저, 첫째 아이가 게임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30분이 되자 아내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는 게임을 그만두고, 게임 창을 닫았다.
이어서, 둘째 아이가 컴퓨터에 있는 자리로 와서 자신의 게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둘째 아이가 앉아서 컴퓨터를 만지는 순간에,
시간을 잰다는 말과 함께,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문제는 여기서 일어났다.
둘째와 엄마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엄마, OO 이는 로그인을 하고 나서 시간을 쟀는데,
나는 아직 로그인도 안 했다고."
(우리 아이들은 쌍둥이다.)
아내는 주방에서 정리를 하면서 타이머를 작동시켰으니,
첫째 아이가 로그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몰랐을 거다.
아내는 아이에게,
"그건 크게 차이 나는 게 아니니까, 어서 해."
둘째는 이 말을 듣고부터 억울한지 울먹이면서 하소연을 했다.
"아니,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쟤는 로그인하고 시간을 쟀잖아."
아내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시간 간다. 그럴 시간에 어서 하는 게 좋을 건데."
아이의 울음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엄마를 더 원망했다.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만 그래. 엉엉."
이 울음은 십여 분 동안 계속되었다.
아내가 바로 옆에서 컴퓨터를 보면서 똑같이 로그인이 된 이후에,
타이머를 작동시켰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은 터졌다.
둘째 아이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첫째 아이가 컴퓨터를 켜고 만지는 시작부터,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들렸으니까.
하지만, 아내는 거리가 있는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고개만 돌리고 타이머를 작동시켰으니,
시작 시점이 언제인지는 몰랐을 거다.
방에서 거실 상황을 다 듣고 있던 나는 내내 고민을 했다.
둘째의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 주어야 하는지 말이죠.
내 생각도 아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로그인되는 시간은 길어봐야 1분도 채 안 된다.
그 짧은 시간 때문에, 본인의 게임 시간을 울면서 소모하는 게,
부모가 보기에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을 더 즐겁고 보내려고 집중하는 게 훨씬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입장이다.
아이들 마음은 다르니까.
30분이 되자 타이머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가차 없이,
"이제 컴퓨터 끄자."
아이의 울음은 진작에 그쳤으나, 억울한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았을 것이다.
방에서 나온 나는 둘째 아이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려줬다.
"게임 시작 시간이 달라서, 많이 서운했지?
OO아, 지금까지 엄마가 해 준 계란프라이 몇 개나 먹었지?
그래, 수도 없이 먹었지.
그런데, 먹을 때마다 프라이 크기가 OO 이와 다 똑같았어? 아니었지?
어쩔 때는 OO 이가 더 클 때도 있고, 어쩔 때는 OO 이가 더 클 때도 있었고.
딱 한 번만 먹는 계란프라이 라면, 크기가 문제가 되겠지만,
계속해서 먹으면, 먹은 계란프라이 크기는 다 똑같은 거야.
게임도 오늘만이 아니잖아.
다음에 또 할 때 그때는, OO 이가 먼저 로그인을 하고 나서 하면 될 것 같아.
그러니, 오늘 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말자."
아이는 이해를 했는지, 알겠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고 나갔다.
어른 입장에서는 이런 일로 저렇게 울 일인가 하겠으나,
아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상대보다 내가 조금 손해 본 느낌이 들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니까.
반대로, 자신이 이익을 보면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먼저 자진해서 내가 이익을 더 봤으니,
이건 공평하지 않다라고 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둘째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지난 과거에 나는 어땠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직장에서 내가 손해 본다고 느꼈을 때,
불평불만을 참 많이 했다.
모든 것이 공정해야 하나,
상황에 따라서는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더 이익을 보는 일도 분명 생길 수 있다.
유연한 생각을 갖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