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갈아타는 시간 여유가 짧은데,
그 차를 놓치면 6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내려서 다른 지하철로 환승하려고,
걷는 것보다는 조금 빠르게 뛰었다.
그런데, 제 옆에서 어떤 여성 한 분도 같이 뛰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고개를 돌려 힐끔 봤더니,
그분께서 어깨에 맨 가방에,
분홍색이 선명한 임산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이분 넘어지시면 안 되는데'
그래서, 그분과 똑같은 속도로 옆에서 뛰었습니다.
여성분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
계단도 잘 올라가시고,
갈아타려는 승강장에 무사히 도착해서야,
그분도 저도 보통 걸음으로 걸었다.
속으로,
'휴~ 아무 일 없이 와서 다행이네.' 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분이 잘 가시는 뒷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나의 보디가드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임신하신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위에 분처럼 아직 배가 나오지 않으신 분도 있으시고,
누가 봐도 임산부라고 할 정도로 배가 나오신 분도 있으시다.
이분들을 볼 때면,
마음이 좀 짠하다.
건장한 남자인 나도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이 힘든데,
그분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내도 거의 만삭이 다 되어서야 일을 그만두었다.
단 태아도 아니고, 쌍둥이 녀석들이라,
흔히 말하는, '배가 남산만 해졌다.'가 아니라,
'배가 백두산만 해졌다.'였다.
아내 생각 때문에,
그분들이 얼마나 힘이 드실지 짐작이 간다.
편히 집에서 쉬면서, 태교도 하고,
자고 싶은 만큼 실컷 낮잠도 자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내가 만삭까지 일한 것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으니까.
각자의 이유가 있을 거다.
임신을 했어도,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혹은 내가 쉬면 누가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그리고, 안타깝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큰 이유가 될 거다.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요즘에,
임신하시는 분들을 보면,
많이 응원해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때와 장소를 가지지 않겠지만)
임산부들을 만나면,
속으로 더 많은 응원을 해 드려야겠다.
그리고, 또 함께 뛰시는 임산부가 계신다면,
그분이 눈치채지 못하게,
스스로 보디가드가 되어 드려야겠다.
뱃속에 천사는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