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500년은 넘었다고 하니,
조선시대부터 자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크기가 20m 정도 되고,
어른 3 ~ 4 명이 양팔을 벌려야,
겨우 닿을 정도로 둘레가 아주 길다.
며칠 전에는 이 은행나무 옆을 지나다가
때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나뭇가지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소나기처럼 떨어졌다.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핸드폰 카메라에는 일부러 담지 않았다.
눈으로 담아서 내 기억의 서랍 속에 영원히 간직하며,
보고 싶을 때 꺼내서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름드리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길 전체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 놓은 것처럼 변해 버렸다.
이렇게 크고 굵게 성장할 정도면,
어두운 땅속에 박혀 있는 뿌리가,
얼마나 강하고 튼튼한지
눈으로 볼 수는 없으나 짐작이 간다.
은행이 많이 열리는 이유도,
뿌리가 깊어서일 것이다.
우리 사람도 나무와 같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은 나무의 열매고,
뿌리는 우리 자신이다.
많은 열매를 얻고자 하면,
뿌리는 빛나는 바깥세상이 아니라,
반대로 한 줄기 빛도 없는,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뿌리가 깊이 더 깊이 들어갈수록,
나무는 더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나무의 뿌리처럼 우리도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뿌리가 화려해 보이는 바깥세상에만 머물면,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없으며,
결국에는 쓰러지고 만다.
무엇인가를 쟁취하고 손에 넣기 위해서는,
세상이 유혹하는 화려한 빛에 넘어가지 말고,
고독의 터널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을 스스로 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만이 스스로가 튼튼한 뿌리가 되어,
자신만의 화려한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와이 대저택 작가님의 책,
<밤과 나침반>에 나오는 글이다.
"돈은 열매였고,
그 뿌리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뿌리가 건강해야 좋은 열매를
거둔다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땅속 깊숙이 박혀 있어야 할 내 뿌리가
세상 밖으로 나와 있다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세상 그 어떤 나무의 뿌리도
밖으로 자라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