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by 부의엔돌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복용하는 약이 있다.


아내가 모닝콜처럼 핸드폰 알람을 맞춰 놔서,

약 먹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 알람이 울리면,

냉장고 있는 차가운 물을 꺼내,

한 모금 마실 물만 컵에 따른다.


작은 약 한 알만 복용하니,

이 정도 물이면 양이 충분하다.


엊그제는 약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니,

아내가 막 보리차를 끊였다고,

그걸 마시라고 했었다.


평소에 정수된 물을 받아서,

냉장고에 넣고 마시는데,

웬일로 보리차를 끊였놨다.


싱크대를 보니,

내가 마실 보리차를 미리 컵에 따라 놓았다.


방금 끊인 보리차가 뜨거우니, 식히는 중이었다.


평소에 마시던 한 모금의 물보다

꽤 많은 보리차가 컵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컵을 잡았을 때,

컵이 사람처럼 따뜻했다.


컵에 있는 따뜻함이 내 손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컵에서 느낀 그 따뜻함은

아내의 따뜻함이란 것을 느꼈다.


날씨가 제법 추워지니,

차가운 물로 약을 먹는 남편이 안쓰러웠나 보다.


입으로 후후 몇 번 불고,

반 목음 정도 마셔 보았다.


입에서부터 시작된 보리차의 따뜻함이

목을 지나 위에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이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보리차의 따뜻함이,

하루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약을 먹고 나서도,

조금 남아 있는 보리차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 마셨다.




보리차

아내가 방금 끊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아내가 끓여준 보리차에는

보리 맛보다,

아내의 따뜻한 맛이 더 느껴진다.


그래서 참 깊은 맛이 난다.



보리차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

하루는 먹은 것을 소화를 못 시키고,

다 토해 냈었다.


나중에는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헛구역질만 했다.


그날, 어머니께서 따뜻한 보리차를 끊이시고는,

나에게 먹여 주셨다.


음식을 전부 토해내니,

아픈 속을 달래기 위해서 보리차를 주셨던 거다.


그때 마셨던 보리차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음식은 못 먹고, 열나고 아프니,

그 따뜻한 보리차가 나를 구해주는 보약이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아내가 끓여준 보리차가 더 특별했었나 보다.



이제는 보리차를 마실 기회가 많이 줄었다.

어느 식당을 가도 차가운 생수만 나온다.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따뜻한 보리차 생각이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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