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마지막 짐 정리

by 부의엔돌핀

지난 일요일에는 차를 몰고 아내가 다니는 학원에 다녀왔다.


이곳에 와 본 지도 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학원이 쉬는 일요일에 방문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학원이 이번 주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의 짐을 챙기러 갔다.


학원에 학생 수가 계속 줄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

이번 달 말까지만 운영을 한단다.


아내는 이곳을 10년도 훨씬 넘게 다녔다.

아이들을 갖기 전부터 다녔고,

잠시 육아로 쉬다가

원장님께서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을 하셔서,

다시 이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이 학원은 한 20년 정도 된 학원이다.

한때는 아이들이 꽉 차서,

들어오고 싶은 학생은 대기를 걸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학생들 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는,

주말 혹은 일요일에도 보충을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인근에 꽤나 이름 있는 대형 학원들이 들어서면서,

최근 2년 사이에 학생 수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수업 정원이 미달된 수업은

폐강이 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났다.


수업이 줄어드는 이유로,

강사님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단다.


올해 초부터,

1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들 했다고 한다.


결국, 올해 마지막 12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20년 정도 역사를 가진 학원의 여정은 여기서 마무리가 된다.


아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10년 넘게 다니다 보니,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다시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으로 커가는 모습도 다 보았다.


가끔 스승의 날 때는 대학생이 된 제자들이 찾아와서,

선물도 주고 가는 소중한 추억도 있었다.


또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는,

자신들이 태교를 해 주겠다고,

책을 읽어 주는 아이들도 있었단다.


참 영혼이 맑고 마음씨가 고운 아이들이었다.


반면에, 숙제 안 해 오고, 공부 안 하고,

책 안 가져오고, 장난치는 아이들도 물론 있었다.


이제는 이 모든 일들이 아내의 기억의 서랍장에

고이 간직될 추억이 될 것이다.




아내가 손으로 끄는 카트에 자신의 짐을 챙겨 나왔다.


10년 넘게 다닌 오랜 세월에 비해,

아내의 짐은 일주일 대타 뛰는 강사처럼,

단출하였다.


짐이라고도 할 것도 없었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몇 권의 책이 거의 다였으니까.


나오면서, 시원 섭섭하다는 아내의 말에,

마음이 좀 짠했다.


아직 이번 주까지는 수업이 예정되어 있으나,

마음은 이미 이 정든 학원을 떠나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짐을 차 트렁크에 실어 놓고,

오래간만에 아내와 단둘이서 근처 카페로 갔다.


아내와 단둘이서 이런 식으로

커피를 마시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마지막 남은 수업도 잘 마무리하길 바라며,

10년 넘게 고생한 아내가 그저,

고맙고 그리고 감사할 따름이다.


아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옆에서 잘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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