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흰머리가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나고 있다.
거울을 볼 때마다,
거만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흰머리 녀석은,
가차 없이 뽑아 버린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런 마음이다.)
그러고는 스스로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한 가닥 뽑았다고, 나이가 한 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아내는 학원에 다닐 때 한 번씩 염색을 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을 상대하니,
더 젊게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 영향으로 나도 염색을 좀 해 볼까 하고,
아내가 사용하는 염색약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염색할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염색은 늙음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염색을 하면 나 자신에게,
나는 이제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셈이니까.
아직 늙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마음 만은 청춘이다.
얼마 전에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6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성분을 보았다.
그분의 머리카락은,
마치 머리 위에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온통 백발로 세 버렸다.
그런데, 그분의 새하얀 머리를 보면서,
이상하게 늙음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에 아주 근사하고 너무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분은 마치,
"나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흰머리를 가졌어"라고,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목젖이 나오고, 여드름이 나오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첫 번째 사춘기라면,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되는 과정은
두 번째 사춘기라고 생각한다.
사춘기는 몸이 변하는 것처럼 마음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여기서 마음이 바뀐다는 것은 긍정의 의미이다.
몸이 변한다는 것을 마음이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 이제 흰머리가 더 많아질 때가 됐구나"
검은 머리에서 흰머리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변한다.
이것은 마음에게 변화의 과정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너무 늦지 않도록 말이죠.
바람이 있다면,
기왕 변할 거, 멋지고 근사하게 변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