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 『등대로』를 보고

20세기 모더니즘

by 박지원

버지니아 울프의 아름다운 배경묘사와 시간 흐름의 매끄러운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철학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쓰였으며,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지만 강렬하게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 이 책을 읽어봤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시간과 공간의 구분이 애매모호하고 딱딱 끊기는 전개 방식 때문에 소설의 줄거리 파악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작가의 글이 인간의 심리적 부분, 즉 내면묘사에 많이 치중해 있기에 나만의 흐름과 페이스를 두고 읽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작가가 의도하는 부분, 전반적인 스토리의 메세지와 전달력 또한 20세기 초반의 인물들의 현실 고증 외에는 도무지 평범한, 그대로인『등대로』가는 이야기 말고는 도저히 구체적인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까 말했던 작가의 흐름 묘사, 특히 시간의 유한함이 가진 의미와 그 당시 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서 자기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 두드려져 나왔고, 그냥 자신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 바라봐주는 '등대로'의 의미에서만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 자기 자신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를 꿰뚫어볼 수 있게 해준 것이 나에게 큰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여기서 더 말하자면 옛날 당시의 사회적 억압이 뚜렷이 드러난다. 릴리 브리스코는 화가 이지만 그 당시 여성의 시대적 편견, 즉 남성 중심의 사회 'patriarchy' (가부장제)의 규범에 종속되어 여성이 가지는 역할적인 편견에서 벗어나려고 투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램지 부인도 가정 내의 부인으로서만 제한되어 자신만의 삶을 바라보지 못한채 온갖 집안일과 가사노동에 시달린채 번뇌한다. 특히나 가족들이 마주하는 이상과 현실의 부딪힘(예: 자녀들이 자라면서 겪어야 될 고통과 현실, 가족들(특히 램지 부인과 램지씨 간의 소통에서 나타나는 관념차이·갈등, 램지 부인이 다른 사람들로 부터 받아야하는 감정적 소모, 괴로움)이 나에게는 매우 현실적이로 다가왔기에 한편의 실사 가족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또한 사건 내용이나 전개는 부드럽지만 인물들의 사고는 강력하다고 이 책을 표현하고 싶다. 특히 사회적 맥락이 인물들의 사고 중심에 큰 기여를 하기에, 각 주인공 속의 대화가 소설의 전체적 진행에 큰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에, 각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과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문장 흐름들이 인물들의 생각을 제대로 나타냈고, 멋대로 공간과 배경을 흘러가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이 흐름의 방식 또한 한편의 시나리오 대본을 엮어낸듯 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서 개연성이 이 책에서 나에게 담겨지는 의미는 매우 큰데, 버지니아 울프가 나타낸 문장 구성과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이 책을 부분적으로, 이어져나오는 내용들로 봤을때 개연성은 큰 전체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등장인물 개인의 (자신들이 느끼는, 특히 남으로 부터나 외부의 환경으로 부터 처한 상황의)견해로나 상황의 관점으로 봤을때는 휼륭한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서사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인별의 상황을 고려하며 이 책을 훓어보는게 올바르다고 느낀다.


2부를 보았을때 시간의 변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전율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로 배경의 아름다움에 잠기기 매우 좋았고, 변화함에 따라 바뀌는 환경의 폐허와 자연의 윤리에 대해 뜻깊게 고찰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강 작가의『채식주의자』의 문체가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배경 묘사를 매우 서정적이고 사려 깊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배경이미지나 밀폐된 장소에서 보여지는 공간적 이질감, 괴리감 외에는 문체가 잘 보여지지 않았고, , 그저 그리 시간의 체감에 대해서는 짧게 지나간다고 느껴졌거나 강렬한 파도가 휩쓴 느낌이라곤 들지 않았다.


이 책은 전체적인 개요를 보았을때는 별 다른 내용이 없지만, 그 안에서 마치 수채화를 한듯 한 이미지화 할 수 있는 선연하며 구구절절한 문장들, 전통적인 문학 작품에서 벗어났지만 ‘인물들의 내면 사상을 문학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라고 평가 할 수 있으며, 문장 하나 하나를 느끼고 내용을 되새겨가기 보다는 현재 인물들이 처한 상황속에 빠져들며 음이하여 내용을 그려가며 읽는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문학을 보며 항상 느끼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등장인물이나 주인공들이 하나의 대사를 읽고 연기 한다는 기분이었다. 사실 문학, 그중 특히 소설은 실사와 허구에 경계하고 있으며, 특정 사상과 의미를 각색하고 널리기 위해 또한 적어진 것이기에 이 또한 맞는 말이지만 이것에 대한 굉장한 이질감 늘 든다. 특히 문어체 ("여보시오!""~ 이러지 않았소!") 와 같은 아저씨(?) 특유의 말투들은 늘 나의 이런 마음에 비수를 꽂고, 『등대로 』의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이런 나의 마음의 한 비석을 더욱 더 증폭시킨 것 같았다. 영화 같은 분위기, 내면 묘사와 의미에 큰 중점을 둔 플롯, 인물들간의 갈등과 교류등 매우 흥미진진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실험을 했다는 것 만으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했으며, 책이 매우 감상적이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