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여당의 목소리가 강하다. 여당은 허위·과장 보도를 내는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기존에도 언론이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히면 손해배상 책임을 졌지만, 그 범위와 액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정말 언론만의 책임일까?
가짜뉴스란 본래 허위나 과장된 정보를 담은 보도를 뜻한다. 언론도 내부 검증 과정을 거치지만, 여전히 허위 보도가 나오고 정정보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미 퍼져버린 뉴스의 파급력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인은 가짜뉴스의 단골 대상이 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보도되기도 한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단편적인 내용이 관심을 끌기 위해 난무한다.
그런데 언론만을 탓하는 게 과연 옳을까.
정치인, 국회의원들은 회의장에서 한 말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처럼 말하고도, 사과 대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태도야말로 가짜뉴스에 기름을 붓는 행위다.
커뮤니티나 유튜브에 떠도는 가짜 정보는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치인이 기자회견, 국정감사, 상임위 발언을 통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인인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순간, 가짜 정보는 ‘공신력’을 얻고 언론의 기삿 거리로 탈바꿈한다.
실제로 모 장관이 고급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한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을 통해 퍼진 적이 있었다. 나중에 가짜로 밝혀졌지만, 이미 뉴스는 전국을 휩쓸고 여론은 크게 흔들렸다. 언론이 아니라 정치인이 그 가짜뉴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물론 언론 개혁은 필요하다.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의 무분별한 보도를 신속히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사 의사결정 구조(이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입법은 분명 지금의 언론 시스템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잘못 보도하면 큰 돈을 물게 하겠다는 것이 과연 언론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발언에는 법적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허위 정보를 언급했다면 최소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부끄러움 없는 발언은 결국 또 다른 가짜뉴스를 낳고, 신뢰를 무너뜨린다.
가짜뉴스는 언론만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의 언행이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권력을 견제할 언론에 강한 규제를 가하면서 권력을 가진 정치인은 면죄부를 받는 구조라면, 합당한 구조가 맞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