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합니다

하지만 봉급은 없습니다.

by 몽글몽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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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뭐 하세요?"

누가 말하냐에 따라 로맨틱과 공포까지 모두 가능한 말이다.

이번 장르는 스릴러에 가깝다. 금요일 퇴근 시간에 받은 질문은 어디로 흘러갈지 결말을 꼭 알 것만 같다. 질문한 상대 팀원과 내 대답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묻어 나온다.


"저요? 주말에는 부모님 집에 갈까 해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약간의 곤란함을 담은 거절을 담은 좋은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나온 말이다. 꽤나 거절의 의미를 함축했다고 생각한 나의 주말 스케줄이 질문한 분에게는 오히려 안심되는 주제였나 보다. 바로 이어서 나오는 말은 '주말에 출근해서 함께 일하자'는 거였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필요하다면 주말에 일해야지'라는 정신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맡은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싫기보다는 뿌듯함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요즘은 업무의 호기심보다는 내가 이를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빠지곤 한다.

내 입에서 '가겠다'는 명확한 답을 듣고 나서야, 우리 회사는 주말 근무 시 급여로 주지 않고 2주 안에 소진하는 반차 또는 연차로 주고 있다는 말을 전달한다. 이 말에 '당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원래 잡혀 있던 토요일 점심 약속을 취소한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입사한 회사가 꽤나 바쁘다는 말로 다음 약속을 뚜렷하게 잡기 어려운 이유로 덧붙인다. 공방전을 마치고 회사에서 나와보니 성수역 3번 출구에 줄줄이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몸을 욱여넣듯이 지하철에 몸을 담은 금요일 퇴근길은 모두 집에 들어가고픈 표정들 한가득이다. 집에 도착해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바라본 천장은 왜인지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다. '일에 대해서 나만의 가치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말은 이런 공허함으로부터 삶을 지키기 위한 필수요소인 것만 같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30번 정도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날 등 푸른 새벽이 나를 맞이하고 있다. 평일과 똑같은 시간에 맞춰둔 알람을 듣기도 전에 눈이 떠버려서 예약된 알람을 끄면서 몸을 일으킨다. 주말 출근이니까 기분을 내고 싶어 평일에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도 걸쳐 본다. 성수역에 도착해서 준비한 것들을 미리 챙겨서 미팅 장소로 떠난다. 그래도 이 업무가 재밌다는 생각이 더 앞서서 다행이다. 귀찮음 보다는 호기심이 먼저 앞서는 내 모습에 스스로 안도한다. 14시면 끝날 거라고 적혀 있던 일정표와는 다르게 이미 시간은 17시를 가까이하고 있다. 그렇게 양사가 서로 ‘수고하셨습니다 ‘를 덕담처럼 주고받으며 이 회사에서 맞이한 첫 주말 출근이 막을 내린다.


주말근무로 얻은 소중한 연차의 ‘2주 안에 소진해야 한다 ‘는 룰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이 휴가를 쓸 수 있을까?'였다. 일단 정책상 오늘로부터 2 주안의 가장 늦은 날짜인 목요일로 날짜를 체크하고 올린 휴가 기안은 주인 없는 휴가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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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에 출근해서 부장님이 가장 먼저 건네신 말씀은 “휴가 승인했어요. “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기도 전에 나온 말은 나를 천국에도 올렸다가 바로 내려쳐 버렸다.


”우리 회사는 연휴 전에 원래 일찍 끝나는데, 그날 썼더라고~ 아무튼 수고해요. “


옆팀 팀장님은 연휴 전에 쉬려는 괘씸한 심보 때문에 받은 거라고 나를 놀리는 소리가 들린다. 2주 안에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장 끝 날짜에 휴가를 올린 나는 허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지, 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위로하며 카톡을 보낸다.


“목요일에 만나자 우리.” 봉급은 없어도 하루 쉰다는 생각에 오히려 몸이 풀린다. 한 달 가까이 입사하고 쭈욱 달린 야근에 사실은 쉼이 더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