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note Jan 02. 2021

마음의 숨구멍


유튜브에서 타로카드를 즐겨본다.

점괘를 봐주는 사람이 1번부터 5번까지 임의로 카드 세트를 뽑아 해설을 남기면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번호를 골라보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이런걸 믿는 사람도 있나 싶었던 내가 어느새 알림 설정까지 해놓은 구독자가 되었다.


사실 조금만 자세히 점괘를 들어보면 어떤 사람에게나 해당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때가 많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요~"라는 식의 답없는 말들도 많고.

하지만 그런 영상에도 댓글이 수백개씩 달린다.  

댓글을 들여다 보면 점괘가 꼭 맞기를 염원하며 소원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진짜 점괘가 맞았다는 댓글에 성지순례왔다며 우르르 대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있다.

점괘보고 고백했는데 사귀고 있다는 댓글에도 축하한다는 대댓글이 여럿 달린다. 

타로때문에 편안히 잘 수 있어 고맙다는 댓글도 보았다.

사람들은 영상 속 한마디에 위로와 용기를 얻고, 또 그 안에서 한번도 본 적없는 서로를 응원한다.


타로점은 주로 자신이 쉽게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다룬다.

보이지 않는 미래와 상대방의 마음, 어떨 땐 내 마음까지.

나에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게 누구던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말들은 무조건 적인 위로가 필요할 때, 큰 힘이 된다.


우울하고 답답했던 일도 점괘를 읽어주는 타로 언니(?)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걱정마세요. 마법같은 일들이 당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어요."라고 말해주

정말로 마음이 한결 나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점괘가 잘 맞는지 안 맞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마법 같은 일들이 내게 오고 있다고 위로해줄 사람은 타로 언니 뿐이니까. 

(댓글을 보면 점괘를 두번씩 뽑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차피 점괘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취하고 싶은 점괘를 알아서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최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타로 유튜버 '묘묘타로'님이 연말을 맞아 올린 영상 속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아 저장해두었다.


'때로 나도 모르겠는 나의 감정을 읽어보고,
또 꾹꾹 눌러놓았던, 억눌렀던 나의 마음에게 숨구멍을 만들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타로 카드는 운명아닐까요.'

마음의 숨구멍. 나에게 타로가 딱 그런 의미이다.

남이야 믿거나 말거나 나는 앞으로도 자주 마음의 숨구멍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