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내향인의 도시 여행기
마지막으로 이 독립 서점의 특징을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서점은 공유 책장이라고 하는 코너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 코너는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인데 그 서점에서 책을 팔지 않고 책을 순수하게 대중에게 공개하는 코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느낌이 들면서 책방지기님의 책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이 공유코너에는 도토리 책방에 기증도서로 책을 기부하신 분들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책 또한 판매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책들은 대단히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맹자라는 책은 많이 바래져 있었고, 이스탄불이라는 책은 여러 인덱스가 꽂혀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엄청나게 많이 묻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책에만 있고 과거 책에는 없는 뭔가 정형화된 표지 꾸밈이 없는 책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오래된 책들만의 매력이 진열되어 있어 많이 생소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독립 서점을 다녀오면서 정재승 교수님의 ‘도시 속 장소의 의미’라는 글과 같이 연계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정재승 교수님도 독립 서점은 개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역 네트워크와 강력하게 연계되어 있고, 출판 기념회, 독서 모임 등의 모임이 독립 서점에서 이루어지면서 독립 서점으로 인한 네트워크 강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립 서점을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유리창에 붙어있는 독서 모임 알림과 더불어서 여러 네트워크 소식들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도토리 책방>이라는 독립 서점이 동네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재승 교수님의 글 후미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점은 독립 서점이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화 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독립 서점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심화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제 기업과 지자체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발달한 과학기술은 미래 도시를 테크노피아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인 도시로 바꾼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기능과 필요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은 이제 테크놀로지가 맡고, 도시공간은 점점 인간적인 관계와 직접적인 체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독립 서점의 레트로한 감성과 더불어 비대면 사회에서는 이룰 수 없는 특유의 감성이 인간의 여러 감정과 기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향수와 매력을 독립 서점이 매우 강하게 뽐내고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AI 발전과 더불어 비대면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독립 서점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더 강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두 번째 자료도 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획회의 450호 중 “오늘날의 서점은 경험을 판다.”를 보면, “과거에는 공간을 차지하고 책을 가득 채워 두면, 거의 자동으로 일정한 독자가 생겨나고 필요한 거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초연결사회에서는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발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사회에는 공간 자체에 대한 애착이 아주 약해진다. 이제 독자들은 서점 자체(고정성)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니라 서점이 주는 경험(유동성)에 매력을 느낀다. 서점은 그 경험을 최적화하는 공간일 뿐이다.”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단이 마음에 드는 것은 내가 독립 서점에서 느꼈던 감정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서점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교보문고, 알라딘 등의 서점에 가면 값싸고 좋은 책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독립 서점은 그만큼의 많은 양의 책이 비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력 있죠. 매력적인 책 구성과 배치, 여러 상품이 접목되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독립 서점 방문을 통해 앞으로도 더 독립 서점을 방문하여 좋은 기억과 추억들을 만들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과 앞으로도 더 가까워진 사람이 되어 노후에 책방을 스스로 운영하는 책방지기가 되는 꿈을 꾸며 다음 독립 서점의 방문을 기대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출처 -
(1) 도시 속 장소의 의미, 정재승(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중앙일보 2019.07.09.
(2) 오늘날의 서점은 경험을 판다, 장은수, 기획회의 4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