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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Mar 17. 2019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핀트 나간 영화평입니다.


근 3주 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짜릿해 정말 좋아

1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두 편 봤는데

하나는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였고

다른 하나는 [시계태엽 오렌지]였다.

두 편의 온도차 무엇.......?


아무튼 왓챠에 남기려다가 글이 길어져 브런치에도 챱챱 올린다. 글 써야 할게 한 짐인데 요즘은 술도 못 먹고 시간도 없어서 엄두가 안 난다 흑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개.

파블로프의 개를 통해 익히 알려진 고전적 조건화 이론은 '조건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그야말로 '클래식'한 이론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무조건 자극(음식)과 조건 자극(종소리)을 반복적으로 결부시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건 자극(종소리)에도 무조건적인 반응(침이 흐름)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알렉스가 마루타가 된 루드비코 실험은 바로 이 이론.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고전적 조건화'이론을 근간으로 하는 공포 조건화(fear conditioning)의 일종이다.


영화에서는 위협적인 무조건 자극(약물)을 조건 자극(폭력과 섹스) 간의 연합 학습을 꾀한다. 즉 폭력과 섹스를 떠올리기만 해도 구토와 경련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공포 조건화에서는 이런 조건반응을 공포 반응이라고 한다.)


이 이론의 중요한 전제는 조건 자극이란 보통은 중립적인 자극, 학습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대상을 뜻한다는 것이다.

종소리처럼 말이다.


그런데 폭력과 섹스는 어쩌면 무조건 자극에 가까운 것이 아니던가? 특히 알렉스에게는 더더욱!

(알렉스는 '조건화'중에 폭력은 '반사회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고 절규한다. 누구나 얻어맞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이다. 알렉스가 폭력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렉스에게 폭력과 섹스는 자율신경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그 어떤 것이다. 무조건 자극과 무조건 자극의 상충. 맨 처음 변수 설정부터 틀린 이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은 다르다. 이것은 조건 자극으로, 폭력적인 영상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우연히 학습을 일으켰다. 충분히 관리되지 못한 돌발적인 변수가 알렉스를 창문에서 뛰어내리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소결

이 실험은 정치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었고, 대대적이고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하게 설계되지 못했고 치밀하게 관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나는 이 허술함이 내내 거슬렸고 때문에 영화가 유치하고 순진하게 느껴졌다.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현실의 전체주의는 이보다 더 잔혹하고 이보다 더 교묘하다.


(이게 중요한게 아닌건 알겠지만 마음으로 이해가 안되는걸 어뜨케여.....아니...정부지원을 그렇게 때려박았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실험계획을 짜는  어딨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색적이고 외설적인 회화와 오브제들, 시대적인 배경을 모호하게 만드는 펑키한 미장센, 말콤 맥도웰의 메서드 연기(온몸에 깁스하고 장관이 먹여주는 밥 X먹을 때 진짜 너무 싫었다...

내 기준 사이코패스 연기 탑 3... 1위는 추격자 하정우, 2위는 나이트 크롤러 제이크 질렌)

가 아주 인상 깊었고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자 그럼 이제는 결론

내가 좀 이상한데 꽂혀서 핀트 나간 영화평을 남기긴 했지만 (...)

아무튼 깊은 생각에 잠길만한 거리를

'불친절'하게 던져주는 영화임에는 림없다.

똑똑하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 함께 위스키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노나보고 싶다!

결론 : 술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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