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문서로 바꾸는 법

좋은 대화보다 남는 파일이 중요하다

by KI Ki
이 시리즈는 AI를 활용해 장기 연재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며, 실제 적용 예시는 브런치 연재 《와글와글 게임회사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대화를 한 날은 작업이 꽤 잘된 것처럼 느껴진다.

질문도 잘 됐고,

답도 그럴듯했고,

내가 원하던 방향이 조금 보이는 것 같고,

심지어 “이제 감 잡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다음 날 다시 들어오면,

어제 분명히 잡아둔 것 같은 기준이 생각보다 흐릿하다.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대충 기억나는데,

정작 무엇을 결정했는지,

무엇을 고정했고 무엇은 아직 열어둔 상태인지,

어디까지가 기준이고 어디까지가 임시 아이디어였는지가 잘 안 보인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좋은 대화는 생각보다 빨리 날아간다.


특히 글 작업에서는 더 그렇다.


왜냐하면 글은 대개

“그때 순간적으로 떠오른 좋은 생각” 하나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다.

글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기준,

남아 있는 파일 쪽에서 더 오래 버틴다.


오늘 이야기할 건 바로 그 지점이다.


이번 화는 AI와 나눈 대화를

왜 문서로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초보자라면 가장 처음 어떤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다룬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대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좋은 대화가 끝난 뒤, 무엇을 파일로 남겼는가가 더 중요하다.


왜 좋은 대화는 다음 날 힘이 약해질까


이건 직접 해보면 금방 안다.


어느 날 밤,

꽤 괜찮은 대화를 나눈다.

아이디어도 정리되고,

톤도 잡히고,

“아, 이 방향 괜찮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들어오면

생각보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대화는 흐름이고,

문서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대화는 이어지는 동안에는 힘이 있다.

질문과 답이 한 덩어리로 살아 있으니,

방향도 비교적 또렷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화는 점점 길어지고,

그 안에는 기준도 있고

메모도 있고

농담도 있고

임시 시도도 있고

바로 버려야 할 문장도 섞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결국 이런 상태가 된다.

분명 많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무엇을 최종적으로 정했는지는 흐리다

중요한 판단이 어딘가에 묻혀 있다

다음 질문을 하려면 다시 맥락 설명부터 해야 한다


초보자가 여기서 자주 오해하는 게 있다.


“AI가 어제를 기억 못 하나?”

라고 생각하는 것.


물론 기술적으로는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작업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제의 판단을 파일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건 사람끼리 회의해도 똑같다.


회의를 잘했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앞으로 저절로 굴러가진 않는다.

회의 끝에 결정사항이 정리되지 않으면,

다음 회의에서 또 비슷한 말을 반복하게 된다.


AI와의 대화도 정확히 그렇다.


대화와 문서는 역할이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훨씬 쉬워진다.


대화의 역할

생각을 꺼내는 것

방향을 탐색하는 것

비교하고 시험하는 것

막연한 아이디어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


문서의 역할

무엇을 정했는지 남기는 것

이후의 질문 기준이 되는 것

작업 범위를 고정하는 것

다음 날 다시 와도 같은 자리에서 시작하게 만드는 것


즉 대화는 움직이는 과정에 가깝고,

문서는 멈춰서 남긴 판단에 가깝다.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작업이 늘 불안정해진다.


생각은 분명 많이 했는데,

막상 남는 것은 적다.


그래서 초보자에게는

좋은 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좋은 문서를 하나씩 남기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내가 실제로 바꾼 것도 이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좋은 대화가 이어지면 그걸로 충분한 줄 알았다.


아이디어를 던지고,

제목을 고쳐보고,

톤을 비교하고,

연재 구조도 이야기하고,

주인공 방향도 정리하고.


당시에는 꽤 잘 굴러가는 것 같았다.


문제는 며칠 지나고 나서 드러났다.


무언가를 이미 정한 것 같은데,

다시 물어보면 다른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작품이 직장 코미디 같고,

다른 날은 성장 서사 쪽이 강해지고,

또 어떤 날은 게임업계 이야기처럼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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