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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판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IT디자이너로 실무에게 살아갈 때 필요한 마음가짐

by 맥가

개발판에서 디자이너 실무자로 살다 보면 다양한 고민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것이 업무적이건 또는 인간관계로부터 시작된 것이건.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혹은 조언을 구할만한 대상을 찾아 질문하곤 하죠. 아래는 제가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고민 끝에 결론 낸 것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오늘까지요. 내일은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


IT디자이너, 당신도 개발자입니다.

가끔 '개발자'라는 단어가 곧 프로그래머를 의미한다라고 혼동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요.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다'면 그들 모두는 개발자죠. 기획자도 QA를 하는 자도.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많은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IT디자이너라면 개발적인 접근으로 실무와 제품을 바라봐야 해요. 사실 '디자인'이라는 용어 안엔 꽤 많은 것이 담겨있어요. 미적인 것들을 넘어 기획과 마케팅, 클라이언트와 고객에 대한 니즈. 실사용과 작동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기술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것들을 염두에 둔 디자인을 해야 하죠. 꽤 엉켜있어서 딱 떨어지지 않아요.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 디자이너는 차체의 기계적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죠. 우리도 그래야 해요.


화면을 꾸미지 말고 설계를 하세요. IT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고, 우리의 비즈니스. 심지어는 프로그래밍 영역까지 이해해야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어요. 잘 그리고 많이 팔려야 합니다. 상업미술을 하고 있다면,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마세요.


동료 관계에 대해 정의하세요.

주로 '상하관계'라는 부분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겁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진입하면서 대부분 리더가 되며, 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윗사람'이라 칭합니다. 자연스레 팀원을 아랫사람 또는 밑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죠. 잊지 마세요. 우리가 리더가 된 이유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경력은 시간이 만들어주고, 시간엔 상하개념이 없습니다. 전후 또는 선후만 존재하죠.


단지 디자인을 먼저 시작했기에, 시간이 흘러 리더가 된 겁니다. '선후관계'로 재정의하세요. 그런 생각이 동료들과의 좋은 소통을 만들어냅니다. 회사에 상급자는 '임원'만 존재합니다.


함께 연구하는 자세로 임하세요.

우리는 때때로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줘야 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사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그 안에 '너는 내가 키웠다.' 또는 '가르쳤다.'등의 말을 하는 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주제넘은 소리 하지 마세요.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교육은 '지식의 공유'에 가까운 겁니다. 그것도 특정 기업 안에서만 적용될지 모르는 지식. 교육보다는 토론과 논의를 하세요. 어떠한 문제에 대해 함께 연구하는 동료가 되어야 합니다. 인재양성과 배출은 교육기관의 고유 권한입니다. 잊지 마세요. 월급쟁이가 배출할 수 있는 건 땀과 대소변뿐이라는 걸.


언제까지 선수로 지낼 순 없어요.

디자인이 좋아서 시작했다면 아마도 은퇴하는 그날까지 실무 디자이너로 지내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리더가 되어야 하고, 디자인팀 내에 오직 한 명. 자신이 될 수 있어요. 포토샵이나 피그마등의 툴을 조작하는 시간보다 문서를 정리하고 미팅을 통한 업무 조율과 배분. 디자인 실무 외적인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고민이 많아져요. 디자이너인데 디자인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도태된다는 걱정이 들거든요.


생각해 봐요. 마냥 아이로 살 수 없고, 학생으로 살 수도 없어요. 누구나 어른이 되고 리더가 됩니다. 관리자로 살아야 할 때를 마주했다면 받아들일 준비를 하세요. 위대한 축구선수도 언젠가는 코치나 감독으로 살아가요.


인간적인 투자를 하세요.

'개인주의'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대충 알아요 그게 뭔지. 다만, 나이 먹고 개인주의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어요. 세대에서 오는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외로우니까 친구가 필요하고, 혼자 늙어 죽을까 봐 결혼을 상상하죠. 그럼 나중에 취직 안될 것도 걱정될 테니 인맥도 고민하라는 거예요. 지능이 있다면 그게 맞아요.


어쩌다 보니 한국에선 '인맥'이라는 표현을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적 네트워크는 중요한 거예요. 따져보세요. 조직을 꾸리거나 창업을 하려는데, 검증되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지. 낙하산이요? 그거 아무나 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자격이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동료들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이세요. 그들이 최고의 구직 사이트입니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경력도 멈춰요.

자기계발은 늘 쉽지 않아요. 뭘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고 귀찮죠. 이미 업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거든요. 그래도 멈추지는 마세요. 며칠 혹은 몇 달을 잠시 쉬어도 됩니다. 특히 주니어라면 업무에 관련된 자기계발을 하세요. 건강을 위한 운동? 물론 중요해요. 그런데 말이죠. 내일 당장 수능 보는 수험생이 건강 챙긴다고 공부가 아닌 운동에 매진하는 상황. 이거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요?


알다시피 실무는 수능보다 치열해요. 수험생보다 직장인이 많고, 우린 그 안에서 생존해야 해요. 자기계발을 멈추는 순간, 연봉도 경력도 멈출 거예요. 아직까지 괜찮다면 그건 어리거나 운이 좋은 겁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취업이 안 되는 건 별개의 상황이에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실무에서 제외 1순위가 되죠. 우리네 부모님이 능력이 없어서 은퇴한 게 아니니까요. 환경이 허락하는 한, 그때까지 꾸준해야 해요. 은퇴할 평균 나이가 되지 않았음에도, 취직이 어렵다면 내가 게을렀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힘을 내서 열심히 해야 해요.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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