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어릴 적, 일요일이면 눈곱도 떼지 않은 자식들을 앞세워 마흔 언저리 곱슬머리를 한 엄마는 동네 대중목욕탕에 대동하곤 했다. 여탕의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습도를 한껏 머금은 후끈한 공기에는 각종 샴푸향이 섞여 코끝을 지나 폐포까지 다 다르면 그때서야 잠자고 있던 의식이 깨어나곤 했다.
내향적인 아이들의 관례처럼 사춘기즈음부터 대중목욕탕에서 멀어졌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헐벗은 몸을 타인에게 보이는 건 어떤 경우에도 꽤 오랫동안 부끄러웠다. 수영을 배우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나서야, 어쩌면 그것 보다 오랜 뒤에서야 벗은 몸에 대해 타인을 의식하지 않기 시작했다.
완연한 어른이 된 지금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민낯은 빈부도 없으며 아름다움의 차이도 별반 없는 듯했다.
대중목욕탕에서 본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사람들, 건강 검진을 위해 동일한 옷을 입고 대기하는 사람들, 머리에 핀으로 고정해 열기구를 하늘 위로 뻗치고 있는 지금의 미용실.
본태의 우리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