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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향 Mar 16. 2023

먼 목표만 보지 말고 나의 바로 앞 한 걸음을,

자잘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변화를 지속하자


*영어 학습자의 공부 기록 3-2편, 단계의 변화를 느낀 후의 공부 방향 설정에 관한 글입니다.


지난 글에 변화를 느낀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변화를 맞이하고 어떻게 맞춰나갔는지를 간략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오늘은 '첫 변화 이후의 이야기'가 되겠다. 그러니 오늘도 인풋과 아웃풋 얘기가 살짝 꺼내지기는 하겠지만, 이전과 같은 얘기가 아니다.


흔히들 영어는 계단식 발전을 보인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한다고 느는 건가 싶다가도 변화가 느껴지면 확 느껴지는, 마치 계단처럼 생긴 그래프처럼 발전을 보인다는 뜻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영어는 계단식으로 발전을 보이니까 아무리 실력이 늘지 않아 답답하더라도 일단 꾸준히 해나가라"라고 조언해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초등학생 때 영어를 좀 사용하던 이후로 발전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면서 끝내 흥미를 놓지 못하겠는 것이 이제는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반년 전부터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딱 한 번의 변화를 느끼고 나서는 이렇게 공부를 이어가면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매우 작은 변화를 계속 잡아가면서 재미를 잃지 않게끔 내 흥미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가는 것이었고(계단 그래프를 무한하게 붙이면 곡선 그래프가 되니깐), 이 덕분에 느리지만 확실하게 변화를 보고 있다.


Slowly but surely,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첫 번째 변화는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느꼈다. 대화 중에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둘러둘러 표현해서 옳게 전달되었었다. 순간 '이게 영어 공부하는 맛이네'라며 자화자찬을 했지만, 번역기를 안 쓰는 정도로 만족하기에는 이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멀리 볼수록 끝이 보이질 않으니 불안하기만 했다. 괜한 것에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일단 나는 영어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고, 딱 1년 무엇이든 안 해보던 것도 나서 보기로 했으니까 '일단 해라'라는 생각의 스위치를 켰다.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해당 생각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사람의 뇌도 마치 컴퓨터 같아서 모든 전원을 꺼버리고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다시 키면서 재정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남은 목표는, 1. 영어 공부 지속 2. 해외까지 왔으니 안 해보던 것 도전, 이렇게 두 가지로 축약됐다.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그 영어를 이용해 안 해보던 활동에도 도전할 수 있어지니까 가장 대표 목표는 영어 공부 한 가지라고 해도 되겠다.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잘한 여러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금방 도달할 수 있는 곳, 좀 더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나의 목표 설정을 눈에 보이게끔 끌고 와야 한다.


목표 설정을 위한 도구 : SMART tool


SMART tool for setting a goal

S-specific

M-measurable

A-actionable

R-realistic

T-timebound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는 특정 지을 수 있어야 하고, 수치화하거나 프로세스가 눈에 보여야 하고, 과정을 어떻게 밟아갈 건지 방법을 알아야 하고, 그 과정은 현실적인 스텝을 밟아나가야 하고, ('언젠가는 이루리라' 안됨) 시간제한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대화 중에 번역기가 필요 없어졌다는 한 번의 변화를 맛본 나는 계속해서 그만큼의 엔도르핀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잘한 변화를 맛볼 수 있게끔 목표 설정을 다시 해야 했다. 이전처럼 '일단 외우고 익숙해지고 듣고 듣고 또 들어라' 이것만으로는 변화를 보기 힘들었고 지루해지기가 쉬웠다. 이렇게 표현할 만큼 '번역기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라는 변화를 겪은 것은 나에게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나와 언어를 교환하는 미국인 할아버지가 자주 하던 표현이 있다. 그분은 대화 중에 가끔 내 대화를 멈추게 하고 아주 약간의 micro surgery 미세수술을 하자고 하며 발음이나 문장 구조를 바꿔준다. 말 그대로 미세한 변화지만, 바꾸고 나면 좋다고 감탄을 (많이) 해주는데 거기에서 앞으로 나의 영어 공부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힌트를 얻었다. 아주 약간의 변화를 계속 이끌어내고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Every day, you are getting better and better."
항상 위의 문장으로 릴스 영어 강의를 끝내는 인스타그램 영어 강사님이 있다. 매일 점점 발전할 거다,라는 그 말이 참 좋았다. @mike.thechameleon(instagram)


목표에 따라 공부 방식을 세분화하자


지난 글을 매우 간략히 요약하자면, 나는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고 영어로 말하는 동안 영어로 생각이 가능해지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물론 자유로우려면 한참 멀었다). 이전에는 문장을 만드는 구조 자체를 몰라 버벅거렸다면 어느 정도 구조를 갖추기 시작하니 나의 영어뇌 속에 재료(문법, 표현, 단어)가 없다는 것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공부 방법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제는 '영어로 말한다' 자체가 목적이 아닌, '내 대화를 상대방이 이해한다'까지 목표 범위가 늘어난 상황이다. 그럼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표현을 할 때 중심 문장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부 문장을 곁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한 가지를 말하더라도 영어 재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다시 말해, 어렵고 신기한 것을 배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알고 있는 영어만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얻은 재료를 다듬어서 회화 수업에서는 짜임새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전했다(학습->반복->응용+경험->실전). 자연스럽게 인풋과 아웃풋의 양쪽 방식 모두 변화를 줘야 했다.


<인풋>


1. 영어 단어, 표현, 문법을 네이티브 선생님에게 영어 자료로 배운다


              주로 해당 단어에 대한 설명은 좀 더 쉬운 용어로 구성된다. Identify라는 단어를 보면 to recognize someone and say who it is라고 되어 있는데, 그러면 나는 identify 단어를 배우면서 그런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얻어 갈 수 있다.

              문법도 이 정도는 당연하고 지루하다며 넘기지 말고, 짧게라도 다시 집고 가다 보면 더 정밀하게 영어의 틀을 잡아갈 수 있다. 솔직히 '현재형'을 학교에서 배운 지가 20년이 됐다. 그냥 "현재형은 현재! 계속하는 것! 맨날 하는 것!"라고 기억하는 수준이고 말하다 보면 현재, 과거, 미래 시제가 자꾸 뒤죽박죽이다. 요즘 시제를 다시 배우면서 general statements and facts / habit, things we do regularly / scheduled or timetabled events in the future의 상황에서도 현재 기본형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엔 배웠지만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공부하고 하나씩 현실에서 디테일하게 사용해 보려 하고 있다.            

 

2. 영어로 된 재료를 늘리기 위해 CNN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


              처음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는 CNN을 눌렀다가 꺼버렸다. 당장 쓸 수 있는 표현이 하나도 없고, 기름값, 환경오염, 허리케인 등등 나하고 먼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 소개를 하는 것,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표현, 물건 교환하는 요구, 미리 일정 예약하는 방법과 같은 것들이 더욱 흥미 있었다. 이제 캐나다 5개월을 넘기며 친구들을 만나고서 내 얘기는 할 만큼 했더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나라에 관한 이야기, 학교 이야기, SNS 이야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엔 쉽게 떠올랐던 표현이 주제 하나 바뀌었다고 다시 버벅거렸다. 그렇게 CNN으로 내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할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쌩으로 CNN을 볼 실력은 아니라 리얼클래스 활용 중, 대만족)            

한편, 소재에만 국한하지 않더라도 CNN은 스피킹에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짧은 문답으로 이뤄진 대화를 할 때는 크게 효과를 느끼지 못했지만, 점점 '표현'해야 할 대화 주제가 생기면서 의견 주장이나 설명을 어떻게 해야 효과가 좋은지 배워갈 수 있었다. 

아래에 사진으로 올린 것은 나의 '영어 재료'이다. 주제별로 한 장씩 모아가고 있는 나의 영어 재료는 아직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관련 화상 수업을 하다가 관련 주제가 나오면 해당 '영어 재료'를 꺼내 들어서 표현이나 배경지식을 써먹으며 익숙해지는 중이다.            


CNN으로 영어 공부를 하며 한 장씩 모아온 나의 영어 재료

<아웃풋>


아웃풋이라 부른다고 무조건 타인과 대화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오늘의 주제에서는 '남에게 의미가 전달되게끔 영어를 쓰고 싶다'라는 목표를 따르고 있어서 타인과의 대화만을 얘기할 것이다. 물론 혼자 녹음하고 다시 듣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연습하는 것도 가능하고 효과적이다. 대화의 흐름은 수업 대화와 실제 대화에서 차이가 있다. 


1. 수업 대화            


              화상 수업이든 전화 수업이든 이 상황에서의 대화는 상대방의 흥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어설프게 이야기하고 뒤죽박죽 이야기한다고 해서 자리를 떠날 사람들이 아니다. 나는 영어로 다양한 주제를 도전하고 싶어서 화상 영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고, 주로 낯선 주제를 선택해서 수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수업 전에 예습은 필수이고, 사이트에서 제공해 주는 관련 영상 자료도 미리 보고 수업에 참여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할 건지도 미리 생각을 해두고 틀도 정해두지만 자세히 적어두지는 않는다. 한 번은 미리 영어로 적어뒀더니 생각을 안 하고 적어둔 것을 읽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써두면 수업 진행이 버벅거려서 한영 문장을 섞어서 예시 답안을 작성해두기는 한다.

              이전에는 '영어로 말을 한다'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업에 쓸만한 배경지식, 관련 표현, 단어를 미리 적어두고 내 생각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게끔 연습 중이다. 일대일 대칭 표현, 단어만 적어두지 않고 on the flip side, one of the things we see as a tremendous opportunity, there's a concern about, we are waking up to, the point is, it's really this idea that와 같이 강조, 의견 전환, 근거를 대는 등등 의견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는 것들을 적어두고 제때 사용해 보려 하고 있다.(복습은 이전 글에서 많이 얘기했으니 생략)            


2. 실제 대화


              이전에는 영어로 실제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없다. 영어 사용 환경에 와서 친구를 사귀고 길 가던 사람과도 스몰 톡을 하다 보니 수업과는 패턴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언어 교환을 하는 할아버지와의 대화도 수업이라기보다는 반 실제 대화라고 생각이 된다. 횡설수설 말하거나 너무 느리게 말하느라 할아버지의 흥미로 놓쳤다간 말할 기회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와의 대화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분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 있다. 1. 한 단어로만 전달하려고 하지 말고 디테일을 덧붙여라. 그 단어가 억양이나 발음으로 인해 전달되지 않았는데 세부 문장을 덧붙이지 않는다면 그 대화는 실패하고 상대방은 흥미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2. 대화의 주제를 상대방이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라. 대화의 시작부터 전달이 되지 않으면 더더욱 상대방을 흥미를 잃게 만든다. 그러니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과는 천천히, 전달이 되게끔 말해라. 항상 이분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영어만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워가는 것 같다. 이 배움에 따라 나의 실제 대화에서는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과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덧대는 말: 실제 대화라고 하면 이제 선생님이 아닌 친구나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이야기한다. 배운 것을 써먹어 보려는 태도는 좋지만, 이 사람들은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나와의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강제성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앞의 사람과 대화를 할 생각을 해야지 연습 상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같은 영어 학습자끼리 말한다고 해도 남의 대화 함부로 고치려 하거나 길잡이같이 조언하려 들면 안 된다. 남의 대화와 나의 대화와 분석하지 말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같이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혼자만 얘기하는 사람은 나쁜 뜻이 없다고 해도 환영받기 힘들다.


강제성 한 스푼


살짝 지루해질 때 강제성 한 스푼 끼얹어 주는 것 또한 계속 자극을 주는 한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이유만 확실하다면 영어 공부에 돈 쓰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지금은 리얼클래스, 링글, Julie쌤 영단어, Lucy쌤 영문법, 링글 bookclub 이렇게 돈을 쓰고 있는데, 리얼 클래스(2년 권)와 링글(24회 권)이 굵직하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1만 원(매달), 3만 5천 원(1달), 3만 5천 원(1달)을 썼다. 리얼클래스는 친구들과 나눠내고 매일 출석하면 매달 3만 원 정도 환급도 받고 있어서 부담이 없고, 영문법과 북클럽은 살짝 느슨해지던 영어 공부에 강제성을 주기 위해 3월 한 달 동안 하기 위해 결제한 것이라 굵직한 정기 지출은 링글 정도인 셈이다. 게다가 나는 캐나다에서의 기간 동안 영어를 C1 이상의 레벨로 올리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달리고 있는 거지,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람 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일단 내 경우에는 이전에 이래저래 날려버린 돈을 생각하면 지금 쓰는 지출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이번 달에는 자원봉사와 알바를 시작하며 실제 영어 환경에 던져지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달에 강사 자격증을 하나 등록해 놔서 지금 영어를 빨리 늘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이다. 무슨 프로그램을 할까 싶다가 결국 생각을 바꿔 스터디를 열었다. 나는 다 같이 으쌰으쌰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끌어 가는 역할을 좋아해서 내가 직접 스터디를 운영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무리하지 말고 딱 일주일만 해보자고 정했고, 멤버가 안 모일 까봐 걱정했지만, 현재 24명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오늘로 스터디 진행 3일 차 인데, 사람들이 복작복작 잘 참여해 주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곧 해당 영어 스터디에 관한 글을 가져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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