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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 Dec 16. 2020

다들 잘사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진 것 같다면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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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출연진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각본, 공동제작, 출연을 모두 해낸 크리스틴 위그뿐만 아니라 마야 루돌프, 로즈 번, 멜리사 맥카시, 엘리 캠퍼, 웬디 맥렌던 커비에 레벨 윌슨까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여 인상적인 티키타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감독 폴 페이그가 감독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들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역시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폴 페이그가 감독에 각본까지 맡아 여성에 대한 몰이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스파이>와는 다르게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각본에 크리스틴 위그가 참여했기 때문에 <스파이>를 보며 느꼈던 불쾌함이 전혀 느끼지 않아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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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결혼을 앞둔 친구 '릴리언'을 가운데 두고 그의 두 친구가 '릴리언'의 결혼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내는데요,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뻔한 구도가 아니라서 좋기도 했지만, 왠지 고등학교 시절의 우정 다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묘한 향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더라고요. 친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는 그 과정이 웃기고 재밌기도 했지만, 동시에 영화는 주인공 '애니'의 내면적 성장을 착실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을 헷갈리지 않게 차곡차곡 담아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자들이 지지고 볶는 잘 만든 코미디 영화를 찾으셨다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을 정말 추천합니다.



여자들로 가득 채운 우당탕탕 코미디가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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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눈에 익은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이들이 모여 우정을 다지는 이야기이라 더더욱 좋아요. 이제 막 결혼식을 앞둔 '릴리언'을 중심으로 '릴리언'의 친구들이 모여 그의 결혼식을 위해 힘을 합친다는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 때로는 견제하다가도 때로는 위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회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장르가 코미디인만큼 이들은 점잖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웃음을 던지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 부담이 없습니다.



왠지 나만 뒤처진 것 같을 때가 가끔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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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우정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애니'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업은 망하고 빚만 잔뜩 가진 '애니'는 여기저기서 치이면서도 '릴리언'과의 우정을 통해 멘탈을 간신히 다잡고 있는 인물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전해진 '릴리언'의 결혼 소식에 마음으로 기뻐할 수 없습니다. 영화는 '애니'를 통해 '나는 바닥을 친 것 같을 때, 주변 사람들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해내는데요, 한번쯤이라도 왠지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다면 영화 속 그려지는 '애니'의 미친 짓들에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공감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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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애니'를 통해 묘한 열등감을 섬세하게 구현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니'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왠지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영화를 통해 제대로 살린 것도 인상적이지만(게다가 코미디 장르에서!), 더 나아가 '애니'의 성장을 통해 영화 밖의 수많은 '애니'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우울하고 지친 마음이 들 때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찾아보기에도 좋은 영화일 것 같습니다.



결혼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리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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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애니'가 인생에 강한 직격타를 맞게 된 계기가 '릴리언'의 결혼 선언이기 때문에 결혼을 여자의 목표로 그린 그저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은 불안감을 안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친구의 결혼식은 그저 '애니'의 열등감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 중에 하나로 사용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혼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보단, 앞으로 나아가는 듯해 보이는 친구에 대한 선망에 더 가까워요. 이는 '릴리언'의 들러리가 될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더욱 확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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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의 친구들은 대부분 기혼 상태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결혼은 각자의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어요.결혼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기혼들의 모습은 '결혼'이 동화 속 '이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전제 조건이자 인생에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각자의 선택임을 보여주는 장치로서 작용합니다. 당장 릴리언이 완벽한 결혼식을 해내더라도, 동화처럼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이미 기혼인 친구들을 통해 암시됩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결혼'을 스토리에 중심부에 끌어오면서도, 이를 목표로 만들지 않고 수단으로만 사용하여 여성들의 우당탕탕 코미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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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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