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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Dec 02. 2018

구름버섯


구름버섯 / 길버트



숲의 운무雲霧는 구름버섯이 될 씨앗을

자신의 내부 어딘가에 품고 있는 모양이다

씨앗을 뿌리는 손길도 없이

물방울 하나 하나가

나무에 꾹꾹 박아넣은 구름 한조각


땅속에 내린 뿌리도 없이 둥둥 떠서 사는 삶이라니

어느날 휭하니 떠날 수 있게

버섯은 구름을 닮은 모양인가 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결국 자기가

닮고 싶어하는 것을 닮게 되는 법


다시보면 죽어가는 나무 하나가

하늘에 닿으려는 꿈으로 자신의 몸에

구름버섯을 둘렀을지도 모른다,

하필 나는 왜 구름버섯에 꽂힌 것일까


- 한트케의 모호한 소설을 읽다가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걸까,

나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원문이 아닌 번역본의 숙명적인 한계 때문인지

가뜩이나 내가 술을 마셔서인지

책의 내용은 갈수록 모호해졌다,

분명 이책의 번역자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나처럼 술을 마시며 번역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뒤에는 버섯 이야기만 떠올랐다

한트케는 나에게 뭔가 읽은 후에 기억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남겨 주었다 -



* 피터 한트케,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2001)

** 구름버섯 : 버섯에서 처음 항암물질인 폴리사카라이드가 발견된 버섯이며, 간염, 기관지염 등에 효능이 있다. 중국에서는 운지버섯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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