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길버트 길벗 길But
May 27. 2019
악보의 발견 / 길버트
시장에서 사 온 콩나물들이
싱크대 옆에 내려 앉으며
음표들로 변한다
차곡히 담아준 손이
제각각의 방향으로
그려낸 음표들
연주 한다면
피아노 건반을 손으로 내려치듯
함부로 된 소리를 낼 듯 하다
시골집 담장 아래에서는
호박들이 온음표 되어
길고 오래 끄는 음절들을 제 안에 가둬 두었다가
칼이 들어와 제 몸을 통과해
도마와 만날 때
의외의 짧고 경쾌한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다
세상은 음표가 가득한 곳이지만
그것이 꼭 듣기에 아름답기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던가 보다
싱크대 위에 툭 던져지거나
도마 위를 지나는 칼질 소리
등 뒤에서 낮게 소곤거리는 저녁시간의 티브이 소리
매주 토요일 저녁 여덟시가 지날때쯤
우리나라의 이곳 저곳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있는데
복권에서 발견된 것이자
꽝꽝꽝 꽈앙 ㅡ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ㅡ 으로
읽게 되는 악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