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누구에게나 '기념일'은 특별한 날이다. 서로를 축하해주고, 기쁨을 나눠가지고 때로는 슬픔도 함께 털어낼 수 있는 그런 날. 그러기에 우리는 항상 특별할 날이라 생각되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기를 꿈꾼다. 이런 시간들이 늘 지속된다면 좋겠지만, 매번 그 시간들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별한 날이라도 온전히 나에게만 주어지는 의미가 클 때,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곤 하니까.
항상 떠들썩하게 생일을 맞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나는 그들을 그렇게나 애타게 챙겼는데, 정작 그들은 날 그만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 거리가 멀어도, 마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거리가 멀어지면 결국 마음도 멀어지는 건가. 어느 순간부터 어딘가에 기대기를 꺼려하는 나였기에, 이후에 생각들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떠들썩하게 맞이하고 싶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받는 만큼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강박도 한몫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게 되면, 정말 고마운데 난 그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부터 떠올리게 됐으니.
많은 SNS가 활성화되면서부터 정말 인스턴트 식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연락처에 있는 전화와 문자, 개인적인 연락은 접어둔 채로. 어느샌가 부터 나도 이런 현상에 휩쓸리게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생일 알람이 뜨면 축하한다고 글을 쓰곤 했다.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그 것 밖엔 없던 거였을까. 그 마음이 나 자신에게 받아들여지기 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건가 하며 계정 정리를 했다. 연락처도, 계정들도 몇 가지 정리를 하고 나니 인스턴트의 축하와 안부는 모두 사라졌다. 그 후 진심에 정성을 넣어주는 사람들에게 받는 기분 좋은 '축하해' 한마디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생일 케이크를 불고 왁자지껄 하게 파티를 해야 진정한 축하를 받는 거라고 느꼈다. 미디어에서도 당연하게 여기니까. 사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오히려 말이 없고, 조용한 나는 처음부터 소소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지금 와서야 생각해보면 초등학생의 생일파티에는 왜 이렇게 반 친구들을 끌어모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자랑하거나 떠들고 싶지 않다. 그냥 조용히 있어도, 가끔 내 생각에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곁으로 오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냥 이 시간을 내가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즐거움이 생겼으니까. 굳이 미칠 것 같고, 슬픈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그냥 좋을 뿐.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나의 기분도 그 날 만큼은 고기압일 테니까. 어떤 일을 겪던, 그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라는 이유에서 말이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뭐,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가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이 불쾌하다. 본인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텐데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쌍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 버린다는 게 너무 순간적인 판단이 아닐까. 정말 외롭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