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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네시 Oct 08. 2022

나의유산일기(3)

올레(2022.9.9.~10.3.)

10. 3. (월)


병원 오픈시간은 9시였어.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하고 나서 처음 널 만나려 공휴일에도 여는 산부인과를 찾다가 헛걸음 했던 전적이 있어, 9시가 넘기를 기다려 오늘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했어. 밤새 내리던 비는 잦아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세 가족이 너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집을 나섰어. 오전 9시 27분. 공휴일에 서둘러 빨리 왔다고 자부했는데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어. 엄마 말고도 겁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가봐.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셨어. 엄마가 입덧과 임신증상이 없어져서 불안해서 왔다는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으시고는, 임신 중에 다양한 증상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은 너무 흔하다고 안심시켜 주셨어. 그리고 수호와 아빠도 함께 너를 만나도 된다고 허락해주셨어.               


"보통 이 시기에는 2~3일만 지나도 1cm정도씩 자라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게 초음파를 통해 3일 만에 너를 만났어. 7주 크기였던 아기집은 6주 크기로 작아져 있었고, 0.66cm였던 너는 0.7cm로 아주 미세하게 자라 있을 뿐이었어.


“이 정도 시기에는 심장이 반짝반짝 뛰는 것이 보여야 합니다. 희망고문은 하지 않겠습니다. 맥이 보이지 않네요. 내려오세요.”


초음파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의사 선생님 앞에 앉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엄마는 혹시나 아주 혹시나 내가 이해를 잘못 한 것이 아닐까,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맥락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단다. 이변은 없었어. 의사 선생님이 띄워 둔 모니터에는 “계류유산” 이라는 굵고 선명한 네 글자가 뚜렷하게 박혀 있었어.




“마음 아프게 계속 봐서 뭐해요.”


그 다음에 들은 설명들은 뒤죽박죽으로 남아있어. 흔한 일이고,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아. 너의 마지막 사진은 본인이 처리해 주시겠다고 하셨고, 집에 있는 임신수첩과 초음파 사진들도 버리라고 하셨어. 그리고 수술 여부를 물어보셨어. 지금 바로 수술을 해도 괜찮다고. 아니면 심장이 뛰지 않는 너를 이대로 담고 집에 가더라도 괜찮다고도 하신 것 같았어. 당장 내일일지 아니면 한 달 뒤가 될지 알 수 없는 자연유산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고 하셨어.


예상했지만 맞지 않기를 바랐지. 기적은 없었고, 모두가 엄마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엄마의 손에 선택지가 있긴 했을까. 수술비를 결제하고 얼마 뒤, 엄마는 노랗고 동그란 불 7개가 내리쬐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어.


“임신 기간이 길지 않아서 수술은 잘 될 거예요. 잠든 것 확인하고 수술 진행할게요.”


머릿속이 뻐근해지는 수면 마취약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과 함께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어. 의사 선생님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눈을 떠보니 수술은 끝나 있었단다.


20분이 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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