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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네시 Oct 08. 2022

나의유산일기(4)

올레(2022.9.9.~10.3.)

10. 6. (목) - 수술 3일차


올레야. 내 아가. 슬퍼해도 된다는 허락은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 또 그만 슬퍼해도 된다는 허락은 누가 해주는 걸까. 집에서 병원으로 출발할 때는 함께 있던 네가 돌아올 때는 내 안에 없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너의 심장이 멈췄다는 사실을 듣고 바로 수술을 한 엄마의 결정은 옳았을까.


심장이 멈춘 너이지만 혹시 수술이 무섭진 않았을까. 느리지만 꾸준히 뛰던 네 심장은 언제 멈춘 걸까. 널 가진걸 알고 했던 엄마의 생각들에 상처받진 않았을까. 이제 네가 없는데도 여전히 내 슬픔으로 함께 아플까봐 눈물조차 망설여져.  


그 날 이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잠이 오면 눈을 감고 눈을 뜨면 수호와 놀았단다. 그 시간외에는 멀뚱멀뚱 공허하고 의미 없는 생각들을 하며 보내곤 해. 술이라도 마실 수 있다면 좀 나을 텐데 싶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에 알콜을 들이붓는 상상을 하다가도 너의 고통을 생각하면 맨 정신으로 버텨내야 한다고 되뇌며 견뎌.


사람들은 자꾸 위로랍시고 너를 두고 안 좋은 이야기를 해. 아픈 아이니까 오히려 다행이라고. 그러면 엄마는 또 속없이 헤헤거리며 그 말들에 동조하곤 한단다.


가끔은 내 의견인 듯 얘기할 때도 있어.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이 엄마의 슬픔에 눈치를 보거나 불편해 하는 게 불편해서. 괜찮다, 괜찮다, 괜찮아질 거라며.


더 건강하게 네가 다시 올 거라 얘기하지만 사실 네가 아닌걸 알고 있어.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상처는 곪아 터진 흉터가 되어 사는 동안  흘러내린다.


그래서 올레 너의 아픔을 충분히 직면하려 했음에도,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단다. 우리가 온전히 슬픔을 마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방어기제들을 넘어서야 할까. 여전한 어려움이다.




“엄마 올레는 걱정하지 말아요.”

올레야. 수호는 여전히 널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해. 네가 떠났다는 사실이 아프다고, 네가 있었던 순간을 숨기거나 외면하지 않는 그의 말이 오히려 담담한 수용을 도와준다. 어쩌면 널 그리워하는 일이 내게 상처가 될까 쉬쉬하는 분위기 탓에 엄마마저도 네가 없었던 것처럼 괜찮아져야 한다고 다그치며 숨어서 우는 것에 익숙해졌나봐.

널 기다리던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너에게 해주려 했던 것을 이제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고, 너를 만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수호의 솔직함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올레야. 널 알게 된 후 나는 빠른 속도로 너와 사랑에 빠졌고, 함께하는 시간을 상상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단다. 엄마를 만나러 오려고 매일 노력해 준 순간들이 눈물 나게 고맙고 항상 응원하며 믿어왔어.


많은 걱정을 동반했음에도 너는 내 인생에 새로운 터닝 포인트였고, 너와 함께 하기 위해 나의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했음에도 ‘너와 함께라면’ 괜찮을 거란 결단력과 추진력을 선물해줬어.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내 아가. 네가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겠다고 닿지 않을 말을 거듭 반복해 볼 뿐이야. 너는 영원히 수호의 첫 동생이란다.

그러니, 조금은 더 슬퍼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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