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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운 May 07. 2017

예술가들

나는 생각한다. 엄마가 건강하라고 싸준 방울토마토와 맥주를 마시며.

나는 복 받은 놈이다. 주변에 예술가들이 왜 이리 많은지 자문해보아도 한국적으로 답하자면 복이 많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랩을 하게 된 것은 김 태룡 때문이었다. 집에 마이크와 녹음장비가 있던 힙합동아리 창시자가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랩도 하고 히트 작곡가도 히트하기 전에 만나고 인복이 속된 말로 ㅈ나게 많았다. 지금은 더 이상 음악도 랩도 하지 않기에 입에 올리기도 창피하고 미안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에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인생사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파악도 했던 것 같다. 와인이 조금 달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이년 전부터였다. 물론 대학교 때에 시험 답안지에 제한된 시간 안에 초인적인 힘으로 적어 내려가는 에세이까지 포함한다면 족히 10년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영문과를 전공했고 소설과 시를 읽었으니깐 부족하지만 그래도 할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중에 한 분(ㄱㅇㅅ)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엄청난 소설들을 써내려 가고 있으니깐 나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자격요건은 충분하다, 학벌이 조금 안 되지만.

직장을 빨리 구했던 것은 돈을 조금이라도 벌면 녹음장비를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에서였는데 그 작전은 사실 현실에 빠르게 순응하고 젖어들며 완벽히 예술가의 패배로 기록되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나는 그 뒤로는 돈 버는 일에만 온연히 치중하게 되어서 그렇고 그런 월급쟁이가 되었다. 사실은 내가 그렇고 그런 깜냥 밖에는 안 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보는 이도 불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긴 한다.

바보 같은 것이 그 와중에도 예술을 하고 싶다고 글을 쓰고 있다. 돈도 안 들고 엉덩이만 무거우면 되는 일이라고 하고 있는데 그 마저도 나는 엉덩이가 가볍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다. 그래도 글로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가끔은 마음이 설레고 그리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다행인 것은 이런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혼자 글을 적고 하는 데에도 누군가는 응원을 해주기도 하고, 글을 읽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내가 처음에 적고 내고 싶었던 글들은 에세이 같은 것들이었으나 지금은 소설을 적고 쓰고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혼자 수업도 들어보고 생각도 하고 막 적기도 하는데 혼자 하니깐 잘 되지는 않는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관련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그 와중에 이렇게 32살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도 잘 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잘 하고 싶고, 욕심만 차고 넘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릇이 너무나 작아서 항상 차고 넘친다. 그러기에 계절은 너무도 따뜻하고 사람들이 감사하다. 23살에 했어야 할 고민들을 32살에 하고 있는 나에게 응원도 손가락질도 없지만 나는 계속 자문하고 의문할 거고 많은 자극들과 사람들을 접촉하고 싶다. 깜냥 안 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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