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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31. 2019

책은 인생의 호흡과 닮아있으니까

[결혼에미치다] 우리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결혼에 미치다'

 부부가 함께 쓰는 다큐에세이


 8화

우리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우리가 돈만 많이 번다고 해서 우리 삶 전체가 행복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랑을 경험했다거나 결혼을 했다고 해서 삶 전체가 행복해지는 것 역시 아니다.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고, 좋아하는 영화를 매일 본다고 해서 내 삶의 영원한 행복을 정복할 순 없다. 행복에는 언제나 빈틈이 존재하고 그래서 우리 인생도 늘 불완전한 상태로 끝을 향해 흘러간다.

사실, 이 정도 이유만을 가지고도 각자의 구체적인 상황과 입장에 따라 책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물론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있을 굴곡과 그에 따른 희로애락을 철학자들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굳이 책을 사서 읽는 노고를 하면서까지 삶의 의미를 발견해내려고 하진 않는다. 더군다나 요새 들어 책의 역할을 다양한 영상매체들이 간편하게 대체하고 있어 책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시간이 붕 떠버린 상황에서 눈앞에 서점이 보였다든가,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심심한 날 정도에 생각나는 도구가 겨우 책이다. 그렇게 일 년에 한두 번?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이렇게나 안 읽는 책을 만들어 팔아보겠다는 결심. 분명 어리석은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막막한 현실보다 내겐,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안 읽는 현실이 더 중요했다. 일종의 소명의식 때문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평소에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삶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거나 삶의 행복이 완전히 정복되는 건 역시 아니겠지만, 책은 적어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른 어떤 매체들보다 우리 인생의 호흡과 가장 닮아 있어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의미 있을 도구가 자본 논리에 의해 점점 사장돼 가는데 반해, 즉흥적이거나 단편적으로 편집된 콘텐츠 문법에 사람들이 점점 더 익숙해져 가는 현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살다 보면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본질적인 권태의 시간을 견뎌야 할 순간들이 찾아온다. 또 언제 어떤 이유들로 인해서 감정상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릴 수도 있다. 그 시간들을 이겨내는 데에 있어 책은 내 인생에서 매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새로운 영감과 자극들을 불어넣기에 가장 좋은 수단 역시 책만 한 게 없었다. 세상의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것도,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 또한 책이었다.

Photo by Dollar Gill on Unsplash

이런 책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람들이 책이 가진 호흡에도 좀 더 익숙해져 갈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외롭고 또 어리석더라도, 첫째로 나는 나 스스로 좌고우면 하지 않기 위해 이 느린 호흡의 길을 가기로 했다. 둘째로 우리 가족의 뿌리가 좀 더 튼튼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으로 점점 더 자극적이면서 짧은 호흡의 세상으로만 기울어져가는 사회에 미미하게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린 출판이라는 조금은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함께 질문하고 글쓰며 살아가는 부부의 리얼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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