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들의 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기 Sep 30. 2015

에필로그

여행의 마지막,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났나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걷고 걸으며 때로는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고 때로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사건들을 마주하며 느꼈던 것은, 촉감이었다. 단순히 보고 듣는 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여행의 촉감은  그때를 머릿속으로 회상하는 간단한 작업에 의해 순식간에 손 마디 끝까지 돋아난다. 닳고 닳도록 펴 봤던 메트로 지도부터 해발 3842m 위에서 만져 본 짜릿하도록 차가운 빙하까지, 눈 앞에 그려지고 두 귀에 들리고 손 끝을 저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곧이어 떠나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그 순간순간의 길 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XX대학교 XX학과 몇 번으로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곳에서 내 자신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느꼈던 것과 동시에 얼마나 내 앞에 무한한 길이 펼쳐져 있는지를 느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길,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 너무도 많다.

 스물한 살, 청춘이기에 빛날 수 있었다. 하지만, 3842m 위에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도 환하게 웃는 한국의 어머니들부터 세계를 여행하며 젊은이들과 얘기하는 것이 좋다는 암스테르담의 할아버지까지, 우리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빛이 났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늦어도 상관없다. 현실의 압박에 목이 죄어 올 때, 언제라도 좋다. '나'를 낙인 찍지 않아도 되는 그 먼 곳 어딘가에서 부딪혀 보자. 평생 잊지 못할 그 촉감 하나하나를 만들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마지막, 이틀의 시간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