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기 Jul 31. 2016

생명은 모두에게 소중하고 존엄할까

정유정 작가의 '28'을 읽고

모든 생명에겐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생명은 모두에게 소중하고 존엄하다.    라고들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종의 가치를 구분짓는 경계 내에서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까.


구제역이 돌면 가차없이 생매장당하는 수만, 수십만 마리의 돼지와 소들.

걸칠 조각 따위를 위해 털이 벗겨지고 가죽이 벗겨지는 많은 동물들.

사랑으로 보듬다가도 늙고 병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버려지는 수많은 유기견들.

그 강아지들을 낳기 위해 케이지에 갇혀 죽을 때까지 번식만 하는 번식견들과, 그걸 강아지 공장이라고들 부르는 사람들. 사람들을 죽이는 사람들.


28일동안 불타는 땅 화양에서 벌어지는 참극은 인간을 더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는 시점부터, 인간이 동물과 다를 수 있는-어쩌면 그렇지도 않은- 이유인 연민을 잃어버린 존재로 그려낸다.

'나만 아니면 되는' 지금 우리 시대가 떠안고 있는 모습이 맞물리며, 화양은 철저히 고립되고 봉쇄된다. 

하지만 작가는 끝이 없을 것 같던 그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심어 놓았다. 그것은 동물이든,사람이든 가릴 것 없이 모든 존재가 외치는 생의 의지이다. 작가는 서재형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생의 의지를 끝까지 지켜내려고 한다. 때로는 헌신으로, 때로는 희생으로, 우리가 아무 거리낌없이 버리고 버릴 수 있었던 그 작은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서재형은 모든 것을 바친다.


며칠 전 폭염이 흐르는 아스팔트 위에서 까맣게 타익어버린 몇 마리의 지렁이들을 봤다. 그리고 그 중에서 아직 꿈틀거리며 사력을 다해 움직이는 한 마리를 봤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지렁이를 군홧발로 밟고 지나갔다. 왜 그랬을까. 나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도 않는데.


내가 입고 먹고 마시는 것들은 내가 잘나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아니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살결 깊숙하게 와닿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생의 의지를 꺾인 많은 동물들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신음을 토해내고 있을 것이다.


다시, 생명은 모두에게 소중하고 존엄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당연한 답을 선뜻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너무도 작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게 주어진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항상 감사하며, 잊지 않으며 살아야겠다는것.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한 인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