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10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책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아침이고 저녁이고 손을 뻗어 읽곤 했는데, 그 중 자주 손이 가던 책 중 하나가 '꼬마 니꼴라' 시리즈였다. ‘꼬마 니꼴라’는 동네 조그만 서점에서 처음 발견했는데 줄거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순전히 장자끄 상뻬의 인간미 넘치는 일러스트에 끌려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과 익살스럽고 사랑스럽게 그려진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져 수십번을 읽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학기초에 조사하는 장래희망란에 ‘작가’라고 적어내기 시작한 것이. 언젠가 나도 ‘꼬마 니콜라와 친구들’ 같은 존재를 만드는 작가가 되기를 꿈꿨다.
르네고시니는 아스테릭스 작가로도 유명한데,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한 일상을 주제로 색다르게 표현해냈다. 꼬마니콜라에 내가 푹 빠진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캐릭터의 힘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등장인물이 귀엽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호기심 많은 니콜라를 비롯, 식탐이 많지만 잔정도 많은 알세스트와 아냥이 안경을 썼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며 자신도 안경을 쓰면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믿었던 클로테르를 특히 좋아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이 책을 읽어서인지, 나는 꼬마 니콜라의 친구들과 함께 그들이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경험한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휴일에 놀이터에 모여 편을 갈라 노는 장면이나, 여름방학을 맞아 캠프를 떠난 니콜라가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는 모습, 니콜라의 집에 친구들이 초대되어 엄마가 차려주신 맛있는 간식을 먹는 모습 등등은 마치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디테일에 있어서 어디 하나 신경쓰지 않은 곳이 없는 상빼의 일러스트도 이 책을 더욱 매력적이게 하는 요소다. 선 하나, 길을 지나는 낯선 인물들의 표정, 동작까지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성인이 되어 장자끄 상뻬의 삽화가 있는 책들을 자연스레 찾아보게 되었고 현재 대부분 소장하고 있는 이유이다.
책에서 그려내는 에피소드 중에 상당수가 학교에서 일어나는데, 지금에 와서 읽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이란 직업은 끝없이 인내해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아이들이 사고를 치는 범위는 어찌보면 귀여운 장난의 수준을 넘어 재앙일 때가 많았으니까. 또, 프랑스 초등학교 교육이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데 알세스트가 자신이 떨어트린 빵을 실수로 밟은 선생님을 향해 욕설을 하고 퇴학을 당할 뻔한 에피소드는 꽤나 충격이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누군가가 그랬다. 10년에 걸쳐 10번을 만난 친구와, 1년에 10번을 만나는 친구 중 누가 더 가까운 사람일 것 같냐고. 보통은 더 자주 만나는 사람을 가까운 사람이라고 꼽겠지만, 10년 동안 변함없이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더 힘든 일일 수 있다고. 내가 꼬마니콜라를 계속해서 읽게 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그때의 반가운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10살의 나 또한 그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음을 발견할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뭉클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