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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한양 Mar 24. 2020

숨쉬는 매 순간 깨지고 배우고... 살맛나네



2년을 정말 안간힘을 다해 꾸욱 참았었다. 성격이 굉장히 유순하거나 고분고분함과는 거리가 멀어 언제고 한 번은 꼭 터질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싸우기 싫었다. 성격은 거칠고 사나운데 싸움은 싫어하는지라 (겉은 거칠고 마음은 세상 쫄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2년간을 꾸욱 참고 참았다. 층간소움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흉흉한 기사를 많이 접한지라 더더 조심하고 조심하며 이마에 인내'인'자를 새기며 꾹꾹 참았다.


그러나 퇴사 이후 집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생활하며, 바깥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다 보니 층간소움은 고통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하도 2년간 활개를 치며 사셔서인지 조금의 조심성도 없어 쿵쿵쿵쿵! 움직이는 동선을 모두 느낄 정도로 정말이지... 신명 나게 걸어 다니시는 듯했다.


참고 참았지만 소음이 두통으로 이어지며 더 이상은 힘들다 싶어 인터폰을 걸었다. 무척 당황해하셨다. 하긴,,, 2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인터폰일테니 그럴만도... 죄송하다는 말을 수십 번 하면서 조심히 걸어달라고 부탁 부탁을 했다. 


아, 이 빌어먹을 쫄보 근성! 버릴 수가 없네!


컨플레인은 걸지만 최대한 비위에 거슬리지 않게 하려고 조심조심하며 말씀을 드리는데. 어랏? 대충 얼버무리며 인터폰을 끊으신다. 아! 뭐 이런.. 쌍시옷 같으니라고... 부르르부르르... 했지만 참았다. (난 평화주의자. 싸움을 싫어해요. 가슴이 벌렁거려서 싸우거나 다투고 나면 몇 날 며칠을 마음이 아파요.)


그리고 이후. 한 번 터진 둑은 다시 메워지기가 힘든 모양인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탓인지. 참지 않았다. 참지 못했다. 지나치다 싶으면 인터폰을 걸었고, 번번이 무시당했다. 아예 받지 않으시더라. 그래도 내 뜻은 전했거니 생각했다. 거짓말처럼 인터폰을 걸면 잠시는 조용해지니까...


그래도 도저히 참기 힘들어 며칠 전에는 인터폰을 또 걸었고, 또 무시당했다. 참을 수 없어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세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까요?라고 정중히 상담을 요청하는 말투로 내용을 전달하면 선뜻 도와주게 마련이다. 


오히려 버럭버럭 화를 내면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리기만 하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도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 굳이 싸우지 말고 도움을 청하면 되는 것 같다. 화로 대하면 화가 나에게 오고, 도움을 청하면 누구라도 따뜻한 손을 내밀더라. 그래서 이런 요령쯤은 생기게 된다. 이런 것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기쁨이려나?


우야둥둥 관리실에서는 층간소음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주셨고, 본인들도 다시 한번 위층에 주의를 주시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몇 분 후, 관리실에서 안내를 했다고 연락이 왔고, 또 잠시 후 위층에서 찾아와 벨을 눌렀다.


지금 집안 꼴이 개판 오분전이라 문을 열 수 없어 극구 양해를 구하고 비대면 대화를 했다.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다. 그러나 문을 열 수 없었다. 집도 집이지만 무섭기도... (거봐 나 쫄보랬잖아.. 휴)


짧은 대화를 마치며 좋게 좋게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돌아가시며 딸기를 좀 가져왔다고 문 앞에 두고 가겠다고 하는데. 거기서 쿵! 무너져내림! 아, 한 방 먹었다! 뭐 그런 생각? ㅋㅋㅋ





결국 이 자잘한 신경전에서의 승자는 위층 아주머님! 인정!


세상을 살면서 참 많이 배우고 배운다. 숨 쉬는 모든 순간 배우는 기분이다. 나의 부족함? 모자람이 얼마나 찌질한지를 매일매일 깨달아가곤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을 하게 된다. 매일 새롭게 깨지는 기분이랄까? 


잘 살고 싶고, 제대로 살고 싶은 욕심이 일렁인다. 그래서 세상에 감사하고 주변 분들께 감사하다. 그래서 오늘도 빠이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잘 살아보자. 많이 보고 많이 배우자. 깨지는 만큼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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