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리고 워킹맘 1

일과 양육 사이, 자아의 균형을 찾는 심리학

by 에너지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새로운 행복을 얻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예상치 못한 여러 아픔을 동반했다.
산후풍, 관절통, 탈모…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나는 출산을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장기가 빠져나가는 느낌.”
그만큼 출산은 내 몸과 마음의 전부를 건 경험이었다.

콩알만 하던 생명이 손과 발을 만들고,
눈·코·입이 생기고,
열 달 동안 내 안에서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일 ..
그건 경이롭지 않을 수 없는 기적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후,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가 아니었다.
엄마로서의 나와, 일하는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아이에게 미안했고, 아이를 돌보면서도 일에 대한 갈증이 남았다.
매일 두 가지 역할을 오가며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나는 지금, 좋은 엄마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역할 갈등(role conflict)’이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역할이 요구하는 가치와 행동이 충돌할 때,
사람은 내면적으로 혼란과 죄책감을 느낀다.
워킹맘에게 이 갈등은 단순한 ‘시간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나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정체성의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일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좋은 엄마가 되는 걸까?
하지만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ott)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이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오래 눌러왔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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