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잖아. 조금만 더

만트라

by 행복한 나태

붉은색의 트랙이 눈에 들어온다. 팔을 힘차게 흔들며 발구름에 신경 쓴다. 눈에 익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목으로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속으로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심장 박동수는 안정적이고, 아직은 힘들지 않았다. 얼굴에 전해지는 선선한 공기를 팔로 스치면서 마라톤 시합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몸에서 신호가 왔다. 오른쪽 다리 안쪽 근육이 살겠다는 듯 스스로 멈추려 하고, 왼쪽 발목 뒤편은 아프다며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했지만,

나는 잠시 무시했다.


달리다 보면 불편함은 곧 익숙함이 되고,

그 사이 어느 순간 풍경이 다시 들어온다.

몸은 힘들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떠난 버스를 기다리지 않듯,
아무도 손을 흔들지 않는다.


머릿속이 고요해진다.

숨소리가 빨라지며 참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그 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파리의 한 호텔방에서 그가 읽었다던 마라톤 러너들의 이야기. 레이스 도중에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기 위해 어떤 만트라를 머릿속으로 되풀이해서 외우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중에 한 사람은 형에게 배운 문구,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려있다."를 머릿속에서 되뇐다고 했다. '아아, 힘들다! 이젠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치면, '힘들다'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젠 안 되겠다'인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 말은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다. 장거리를 뛰다 보면 누구나 겪는 순간. 나 역시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그렇다면 나는 힘든 시점에 어떤 주문을 외우고 있을까?

그럴 때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속 노인의 이야기가 '반짝' 떠오른다.

채굴꾼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었다. 에메랄드 하나를 캐기 위해 5년 동안 강가에서 99만 9천999개의 돌을 깨뜨렸다. 마침내 그는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은 그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돌 하나만, 단지 돌 하나만 더 깨뜨리면 되는 그런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자아의 신화,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5년 동안의 보람 없는 노동에 한껏 화가 나 있던 채굴꾼은 그 돌을 집어 멀리 던져버렸다. 그가 던진 돌은 날아가 다른 돌과 세게 부딪혔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메랄드를 내보이며 깨어졌다.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달린다. 어쩌면 나에게도 백만 번째의 에메랄드가 있을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을 멈추면 그 뒤의 이야기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


“아깝잖아. 조금만 더”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육체의 유혹에 맞서며 근육에 힘을 주고 속도를 높인다. 고통보다 더 간절한 것은 내 안의 에메랄드다.

마침내 고요가 찾아온다. 트랙의 여운이 남아 발걸음이 천천히 걷기로 바뀐다.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이지만, 마음은 한결 뿌듯하다.

오늘도 주문을 외우며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그저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한 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일상에서 힘이 들 때 이 말이 떠오른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때. 예전 같으면 쉽게 손을 놓았을 텐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집에 도착해 냉장고 문을 연다.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가 나를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