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균형 속 온전한 나로
나는 여백이 좋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여백이다.
무언가를 채우는 일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이야말로 가독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심플하고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백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호흡과 균형’이다.
시각적인 안정감이 주는 확신, 그게 바로 여백의 힘이다.
그런데 인간의 삶에서도 여백은 똑같이 중요하다.
공간의 여백, 삶의 여백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에 치이며 살아간다.
오래도록 간직한 소중한 추억을 버리기 싫어서이거나,
언젠가 쓸모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야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물건들이 우리의 에너지를 앗아가기도 한다.
오래된 물건, 입지 않는 옷, 먼지가 쌓인 장식품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온갖 잡동사니들.
이 모든 게 마음의 통로를 막는다는 사실이다.
사물에는 주어진 기운과 역할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비워내고,
필요한 것만 남길수록 더 가치가 생기며,
그 쓰임의 역할을 온전히 해낸다.
여백은 나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나 또한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알게 된다.
정돈된 공간,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는 행위가
얼마나 큰 풍요로움을 가져오는지를.
삶의 여백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덜기 위한 게 아니다.
공간이 생긴다는 건 곧 마음의 여유가 확장된다는 뜻이고,
그 공간 덕분에 기운이 순환된다.
무엇보다도, 비워진 공간은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준다.
눈앞의 어수선함이 사라질 때,
정신은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건 곧, 나를 안정된 곳으로 옮기는 하나의 과정이다.
여백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앗아간다.
지금도 나는 주변을 정리해 본다.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정돈한다는 기분으로.
정서와 마음의 해독은 결코 거창한 방법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내려놓고 비우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여백은 온전한 나로 다시 채우는 과정이다.
유온 다섯 번째 이야기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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