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는 한 기타리스트의 공연 영상을 보았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불길 같았죠. 손끝에서 쏟아지는 음 하나하나가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리듬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용암 같았고, 세상에 맞서 싸우듯, 혹은 자신을 태워 없애버리려는 듯 그는 연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그의 연주는 이전과 달랐습니다. 첫 음이 울리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것은 소리보다 정적에 더 가까웠습니다. 우주의 끝에 가면 이런 정적을 들을 수 있을까요? 시간마저 화석처럼 굳어버릴만치 고독한 정적. 주위의 모든 것들이 경배하듯 그의 연주에 집중했습니다. 새도 바람도 하늘도 그 경이로움에 압도되어 숨 쉬는 것마저 잊은 듯했죠.
이내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눈꺼풀 안쪽이 뜨거워졌습니다. 마치 묵은 먼지를 털어내려는 듯 먼 과거의 나부터 떨려오는 느낌이었죠.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늙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성난 파도를 잠재운 겨울 바다처럼 깊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는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젊을 때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불확실함과 순진한 욕망으로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말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기에,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그건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불꽃처럼 치솟고, 슬픔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넘쳐흐릅니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새기려는 몸부림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본인을 태워버리는 처절함으로 더 강렬하게 살아내려 합니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나를 태워 없애는 모순된 열정. 그래서 젊음의 불꽃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픕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선명한 답이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 젊음은 비로소 첫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되죠. 바로 자기 자신과의 이별입니다. 자기를 증명하고 남기려던 열정은 서서히 존재의 온도로 바뀌고, 빛이 아닌 그림자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나와의 새로운 친밀감이 시작됩니다.
나이가 들고, 밖으로 흩어진 감정은 다시 안으로 스며듭니다. 세상을 향해 흩뿌리던 열정이 자신을 향해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죠. 거대한 중력에 끌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빛처럼, 그 중심에는 오랜 세월을 통과한 감정의 잔해들이 헤아릴 수 없는 깊이로 응축하고 있을 겁니다. 너무 깊어서 더 이상 새어 나올 수 없는 상태. 뜨거운 물을 식혀 차를 우려내듯, 차가운 진실의 온도로 우려내는 연민과 고독.
무대 위에 우뚝 선 노년의 기타리스트는 담담합니다. 모든 것을 관조하는 신의 눈빛을 하고 칼날 같은 명료함으로 관객을 바라보죠. 모든 것을 꽤 뚫지만 아무것도 다치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냉철함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껍질 안에 반짝이는 진주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늙는다는 건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