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매장 – 구원의 성채를 제단 위에 그리다

명작을 찾아 이탈리아를 뒤지다

by 다두


640px-Michelangelo_Caravaggio_052.jpg?type=w773 The Entombment of Christ - Michelangelo Caravaggio



카라바지오는 1603-1604년 로마에서〈그리스도의 매장>(Entombment)을 그렸다. 300 × 203 cm 크기의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이 작품은 현재 바티칸 미술관에 있다.


카라바지오의 그림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 먼저 온다. 이 작품에서도 배경은 거의 완전한 암흑이다. 화면의 인물들은 마치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어둠 속에서 갑자기 떠오른다. 이 강렬한 명암의 대비(테네브리즘)는 인물 속에 숨어있는 비극의 감정을 압축하여 폭발시킨다. 카라바지오가 구사하는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다.


화면 속의 예수의 몸은 신성함 과시하기보다는 축 늘어져 주체하기 힘든 시신의 물리적 무게감을 강조하고 있다. 죽은 예수의 몸뚱어리는 그저 한 인간의 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몸뚱어리에서 분리될 듯 축 늘어진 사지와 창백한 피부, 채 씻기지 않은 흙 묻은 발바닥은 신의 아들이라기보다는 험악한 상황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한 인간의 최후의 모습일 뿐이다.


예수의 시신이 놓여지는 커다란 돌판은 마치 보는 이를 향해 튀어나올 듯 앞으로 돌출되어 있다. 관람자를 그림 속 사건에 몰입시켜 동참하게 하는 카라바지오 특유의 또 다른 화법이다.


예수를 매장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도 크게 울거나 절규하지 않는다. 그들의 절규는 이미 체념이라는 슬픔의 극단에 도달해 있다. 육신으로서 예수의 최후를 함께하고 있는 세 여성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짙푸른 망토를 머리까지 덮은 성모 마리아는 얼굴에 깊은 주름과 그늘이 가득한 늙은 어머니의 표정으로 아들의 주검을 내려다보고 있다. 성모의 모습 어디에서도 신성의 상징을 읽을 수 없다. 아들을 잃은 한 노파의 체념과 슬픔만이 가득할 뿐이다.


성모의 오른편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슬픔을 억누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녀의 슬픔은 성모의 그것보다도 훨씬 격렬해 보인다. 그녀는 화면 속을 채우고 있는 은밀한 비통의 긴장감을 대표하고 있다.


오른쪽 뒤편에서 두 팔을 높이 치켜든 젊은 여성(클레오파스의 아내로 추정)은 성모나 막달라 마리아보다는 더 자유롭게 슬픔을 표시하고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해 예수의 죽음이 황당하고 부당하다고 항변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아래쪽 예수에게만 치우칠 수 있는 보는 이의 시선을 한 번쯤은 위를 향하도록 유도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남성들에 대해서도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화면의 중앙에서 예수의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남성은 니코데모다. 그는 작품의 주제를 차치하고 회화적으로 화면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예수를 바라보기보다는 정면의 바라보고 관람자를 직접 응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시신이 너무 무거워요, 어서 달려와 함께 들어주세요”라고 하소연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의 빛바랜 망토 밖으로 드러난 종아리의 근육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그이 얼굴은 결코 귀족적이지 않고 노동자의 그것 마냥 주름지고 거칠다.


카라바지오는 니코데모를 통해 그리스도의 주검도 여느 인간의 몸과 다름없이 똑같은 정도의 무게가 있음을 표현하다 있다.


초록의 옷에 붉은 망토를 걸치고 예수의 상반신을 떠받치고 있는 젊은이는 사도 요한이다. 그의 붉은 망토는 감정의 열기, 사랑, 희생을 상징한다. 그리스도의 몸을 부드럽게 받치며 고개를 숙인 표정은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슬픔이 가득히 들어있다. 그의 젊은 얼굴은 니코데모의 늙고 거친 얼굴과 대비되며 예수를 잃은 슬픔이 순수한 감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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