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디오 오프닝처럼

페이소스의 일요일.

by 봄작

signal ↗

애인을 잃고 상실과 상심을 견뎌내지 못하는 남자에게 여사친이 찾아와 허무를 거들어주다가 그런 말을 합디다. "늙는다는 말이 없었으면 좋겠어!"

Signal ↘

A Single Man2010

M:델리스파이스- 고백


콜린퍼스와 줄리언 무어가 매우 그들답게 연기했던 영화 싱글맨, (A single man 2010)은 우울한 일요일을 지내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혹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말이죠. 연인이어도 좋아 보였을 둘은 위로나 연민과 우정, 심지어 사랑까지도 시니컬하게 주고받지만 서로의 상처에 관해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적확하고 정확해 보였습니다. 찰리가 담배를 꼬나물고 했던 것 같은 늙는다는 말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 얼마나 통쾌하던지요.

250년에서 300년을 넘나들어야 아름다운 소리가 잡힌다는 악기 첼로가 아닐 바엔, 그렇게 오래도록 살아 혼을 빼앗아갈 것 같은 현의 울림을 내지 못할 바엔(인간으로서) 살아있는 동안 빨리 자수하고 사과하고 화내고 인정하면서 감정 따위를 토해버려야 하는 것인지요.


시인 이근화의 <고백의 일요일>이란 제목이 마음에 좋습니다. 일요일의 고백, 일요일의 우울처럼 단정적이지 않아 편해요.

시인의 원고지처럼

"고백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발에 담길 정도로 마음이 작아졌다"라고 선방하고 시작하면 오늘 같은 일요일이 좀 나아질까요.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집안엔 아무도 없고 창밖은 어두워지고 깜짝 놀라 책가방 메고 뛰어나갔다가 머쓱해서 걸어 들어오던 기분 같은 게 지워질까요.

유감스럽게도 이 나이엔 쉽게 잊어지는 것도 오래 기억되는 것도 없습니다. 가끔씩 떠오르는 단편들에 숙연해질 뿐이죠. 죄를 지은 건 아닌지, 사과받았어야 할 건 아닌지, 맞짱을 떴어야 했는지, 싶어서...

섬망처럼 뒤죽박죽.. 하지만 선명하게 되찾고 싶은 일요일의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없어 눈물 터지는 기분처럼 말이죠-Bomn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디오 오프닝처럼